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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TV 방송 민주화 주제「심야토론」|민감한「이슈」제대로 짚고 넘어간 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민주화추세와 함께 방송민주화에 대한 논의는 그 동안 학계·정계·방송수용자단체 등 각계각층에서 활발히 전개돼 왔다.
그러나 당사자인 방송사자체에서 이 문제가 다뤄진 적은 없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주 토요일 밤 11시 KBS사장과 노조위원장 등 이 출연, 「방송민주화와 KBS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토론을 벌인 KBS 제1TV의『심야토론』은 KBS사상 획기적인 프로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토론에는 KBS측에서 정구호 사장·고희일 노조위원장, 정계에서 이 철(무소속)·이상회(민정당)의원, 학계에서 고영복·최창섭·원우현 교수, 그리고 평화신문·평화방송 신현응 기획실장이 참석했다.
토론은 정 사장의『KBS가 그 동안 공영방송으로서 민주화욕구를 수용 못한 부분은 반성한다』는 솔직한 대 국민 사과 성 발언과 함께 그에 대한 해명으로『방송은 정치·경제·사회 등 제 분야에 연계된 유기체이기 때문에 그것들로부터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방송의 예속성에 대한 견해로 시작됐다.
고 위원장은『KBS가「권력의 시녀」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인사권의 독립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방송은 국민의 대표성을 띤 방송전문인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상회 의원은『공영방송의 여부는 임면권 자가 누구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정성에 기초한 공익지향여부에 있다』며 긍정성은 개인의 시각에 따라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정성의 기준을 원 교수는「도덕성」에, 신 실장은「진실」에 두었다. 이 같이 공정성에 대한 다양한 견해 때문에 최 교수는『방송은 시청자를 중시하는 인간화에 기초를 둬야 하며 국민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채널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철 의원은『현행방송법은 졸속으로 개악된 법』이라며『권력으로부터 채널독점을 막기 위해 민영방송도 신중히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정 사장은 KBS의 민주화를 위해 ▲자율방송강령제정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KBS의 공정성 결과 공개 ▲제작진들의 불평을 수렴하기 위한 임시위원회구성 ▲KBS예산·결산공개 등 4개항을 약속했다.
방송민주화의 문제가 당사자를 포함, 공개토론의 장에 등장한 것만도 종래에 비해 큰 발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건전한 문화를 창조하고 국민을 계도하겠다는 공영방송이『정치·사회적 추세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발상은 스스로 예속성을 자인하는 것이므로 진정한 방송의 자율화·민주화를 위해서는 발상의 대전환이 우선해야 할 것이다.
『심야토론』은 민감한 이슈로 깊이 있는 토론을 열어 좋은 평을 받고 있는 프로다. 그러나 이 같은 프로를 밤 11시가 넘은 심야에 편성, 관심 있는 소수의 시청자 이외에는 끝까지 볼 수 없게 한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십분 충족시킬 수 없는「편성의 왜곡」이 아닌지 생각해 볼일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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