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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 반도가 다가오고 있다|중국에 한국전용공단 추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중국, 그 중에서도 산동 반도가 우리에게 바짝 다가오고 있다.
산동 반도는 인천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4백50km에 위치한곳.
관계당국에 따르면 산동 반도에 한국기업전용의 대규모 공업단지를 우리 손으로 건설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공단은 토개공이나 국내 건설업체가 전액 국내 자본으로 조성하는 대신 중국으로부터 개발비에 상응하는 50∼1백 년의 토지임차권을 얻은 뒤 입주희망업체에 공장부지를 분양, 집단 이주토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 규모는 1백여 만평 정도가 유력시되며 20∼30개씩 업종별 중소기업을 모아 특화 단지를 조성하고 여기에 일부 대기업을 참여시키는 방안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공단조성과 함께 공단전용 항만시설과 철도부설공사 등도 함께 추진될 것으로 보여 만약 이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대 중국 최대의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첫 교역을 시작한 것은 지난 78년, 효성 물산이 제3국 상사를 통해 중국에 비료를 팔고 그 대신 석탄을 사 온 데서 비롯되었다.
당시에는 중국산석탄을 인도산으로 속일 정도로 내외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했지만 불과 10년 사이에 중국과의 거리는 정신차릴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가까워 졌다.
어느 대기업의 총수가 마카오에서 위장여권을 갖고 마치 사지에 뛰어들듯 중국에 다녀온 게 이미「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가 되어 버렸다.
이중에서도 산동성은 중국의 어느 지역보다도 재빨리 한국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지난 3월 중국대외경제무역부가 발행하는 일간지「국제경제소식」이 노태우 대통령의 서해안개발정책을 상세히 보도하는가 하면 경제개방지구를 종전의 1백44개에서 2백84개로 거의 2배를 늘리면서 산동 반도와 요동반도 등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지역을 대폭 늘리는 현상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산동성「리위」(이유)상회회장 (상공회의소회장)은『산동성과 한국은 쌍방의 경제무역발전상황에 따라 민간무역사무소의 설치를 고려할 수 있다』면서『민간차원의 경제무역관계는 점차 발전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한국의 기업이나 회사에 대해서는 국제관례에 따라 경제 및 무역관계를 협의할 것이며 한국 여권을 가진 사람에게도 비자를 내주고 있다』고 밝혀 한-중국 경제교류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부응하듯 김복동씨를 단장으로 한 한국경제사절단이 지난 6월 산동성을 다녀왔고 알게 모르게 중국을 다녀온 대부분 경제인들이 산동성을 필수방문지로 여기게끔 되었다.
중국이 산동성을 대한교류의 중심지로 삼는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연해발전전략을 세우면서 중국은 광동·복건·해남성은 경공업·식품·가전제품 위주의 산업을 일으켜 홍콩·대만·마카오 등 동남아와 교류확대에 중점을 두고, 상해·강소·절강성으로 구성된 화동 일대는 방직·전기제품·화학공업기지로 육성한다는 목표아래 구미 여러 나라와의 투자유치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는 것.
그리고 산동·요동반도와 천율·하북의 발해지대는 중화학·기계·건축자재·에너지 등을 위주로 한국·일본·소련·동구권국가 등과의 경제교류중심지로 삼는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중국은 체육진흥정책도 지역별로 특정종목을 안배하고 있는데 경제개발에서도 교류국가를 지역적으로 구획하고 있다는 것, 이 같은 지역안배구상이 산동성으로 하여금 중국 어느 지역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은 지역으로 만들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한국은 중국이 경제발전모델로 삼고 있는 나라. 자체적으로 한국기업전용공단을 만들게 함으로써 모자라는 외화를 들이지 않고 공단을 건설할 수도 있고 한국의 선진기술을 가까이 서 배울 수도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몇 가지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우선 중국이 그리 간단한 나라가 아니다.
중국에 진출한 3백여 개의 미국기업 중 20여 개 사만이 성공했으며 일본도 최근 들어 대중국 투자를 주춤하고 있다. 미국기업이 실패하고 있는 이유는 노동력을 공급 맡고 있는 중국 측이 중국근로자가 기술을 익힐 만하면 사람을 교체, 기술·기능인력의 양성에만 힘을 기울임으로써 진출기업이 숙련노동자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우리도 똑같은 꼴을 당하지 말란 법이 없다.
또한 공단건설에 필수적인 도로통신 등 간접시설이 전혀 안돼 있고 혹시 있을지도 모를 정치적 변동상황에 따른 위험부담도 크다.
게다가 전문기술인력의 확보가 어려울뿐더러 중국이 희망하는 업종(중화학·기계·에너지산업)과 한국이 이전을 희망하는 업종(섬유·봉제 등 경쟁력 상실업종)에 근본적 차이가 있어 넘어야 할 고비가 곳곳에 산적해 있다.
결국 대 중국진출은 제3국과의 합작진출 등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자세가 절실하며 과거 월남특수·중동특수 등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상황인식에서 보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한 때다. <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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