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차·포 떼고 하는 특검으론 드루킹 진상 파헤칠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드루킹 게이트’ 관련 여야의 특검 합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실망스러운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렇게 차·포 떼고 하는 특검이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규명할지 벌써 우려스럽다.

여야는 그제 특검의 명칭, 수사 범위, 특별검사 임명 방식 등에 합의했다. 특검 명칭은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그런데 의혹이 제기된 김경수 전 의원의 이름이 빠져 있다. 알맹이가 실종된 것이다.

수사 범위를 보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이라고 포괄적으로 열어 놓긴 했지만, 의혹이 제기된 ‘지난해 5·9 대선’이 명시돼 있지 않다. 의미 있는 수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그동안 드러난 대로 드루킹은 이미 2016년 10월부터 9만여 건의 기사에 댓글 작업을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 축소 및 은폐 의혹을 특검 대상에 명시하지 않은 대목은 심각한 문제다. 그동안 검경은 청와대와 여당의 눈치를 보면서 증거 인멸이 가능하도록 늑장·부실 수사로 일관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특별검사 임명 방식에도 구멍이 많다. 대한변호사협회가 4명을 추천하고, 야 3당이 합의로 2명을 추려 추천하면 대통령이 최종 낙점하는 방식이다. 이래서는 진실 규명 의지가 강한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특검 합의가 기형적으로 된 데는 여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동안 여당은 의혹을 가리는 데 앞장서 왔다. 공당으로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여야는 특검 법안의 국회 표결이 예정된 18일 이전에라도 최대한 보완하길 촉구한다.

댓글 여론 조작은 민주주의에 위배되는 중대 범죄이기에 관련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드루킹 특검마저 부실·졸속으로 흘러 특검을 특검하는 불상사가 없길 바란다. 과거 몇몇 특검의 실패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