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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도시 건설에 풍수지리 '훈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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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충남 연기.공주에 들어서는 행정도시에 우리의 전통 풍수지리 개념이 적용된다. 현재 진행 중인 도시기본설계과정부터 풍수전문가들의 자문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행정도시건설추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풍수전문가는 이대우(58.사진) 서문풍수조경연구소 대표와 우석대 김두규(47) 교수 등 2명.

그는 "풍수지리는 고전 조경학이나 환경생태학 쯤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삶의 터전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도록 가꾸자는 게 풍수지리의 기본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행정도시 한복판인 연기군 남면 진의리 원수봉(해발 254m)이나 전월산(해발 260m.양화리) 을 도시의 주산(主山)으로 정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풍수지리에서 주산은 도시공간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자연지형이며 안산(安山)은 주산에서 보이는 앞산이다.

원수봉이나 전월산을 주산으로 정하면 안산이 되는 괴화산(금남면)의 산세가 주산보다 훨씬 강해 도시가 안정감이 떨어지고 주민들이 편치않게 된다는 것이다. 또 도시 형태를 이중 환상형(도넛 모양)으로 만들면 도시의 기(氣)가 흩어지는 데다 생활하수가 도시 가운데로 몰려 오염원 처리에도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도시의 기를 흩어지지 않게 하려면 도심에 상징적인 조형물이나 건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검토해 온 환상형 구상은 2212만 평의 행정도시 예정지 중심부(금강 유역)를 중앙공원 등 공유 공간으로 활용하고, 그 주변에 정부청사와 업무.주거.상업단지, 도로.철도.하수도 등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원수봉에서 서쪽으로 4.5㎞쯤 떨어진 국사봉(213m.남면 고정리)을 주산으로, 전월산을 안산으로 삼기로 했다.

또 공공청사와 컨벤션센터 등 도심 주요 시설은 국사봉에서 가까운 남면 종촌.송담리와 장기면 당암리 일대 국도 1호선 주변에 배치될 예정이다. 도심 중심부(장남평야)에는 대형 조형물을 설치해 도시 전체의 균형을 잡기로 했다.

동쪽 끝인 미호천 주변에는 주택단지를 조성하고 기가 센 곳으로 알려진 금강 이남에는 주요 건물을 건립하지 않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춘희 행정복합도시건설청장은 "풍수지리는 인간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도시건설에서 풍수지리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행정도시 기본설계를 위한 세미나를 2~3차례 열어 이들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들의 의견은 기본계획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국토연구원에 전달돼 기본 설계에 반영됐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행정도시 기본계획 시안을 확정한 뒤 6월 말까지 지역별.분야별 공청회를 거쳐 7월 중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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