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값 뚝뚝 떨어진다 … 2007년 양도세 물기 전에 팔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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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사는 대기업 임원 김모(53)씨는 3년 전 투자 목적으로 분양받은 부천 상동 W오피스텔 때문에 걱정이다. 지난해 12월 입주한 이 오피스텔을 소유권등기 전에 팔려고 분양가보다 500만원 싸게 내놨으나 매수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씨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50%)를 피하기 위해 손해를 보면서까지 팔려 했지만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오피스텔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난달 27일부터 중대형(전용 25평 이상) 오피스텔을 대상으로 주거 사용 실태조사에 나선 이후 매수세가 끊기면서 가격도 내리막길이다. 중대형을 조사 대상으로 하지만 소형 오피스텔도 타격 받기는 마찬가지다.

◆날개 없는 추락=지난해 12월 입주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S오피스텔 45평형은 3억2000만~3억5000만원(로열층)으로 최근 보름 새 2000만~4000만원 내렸다. 지난해 11월 입주한 서울 마포구 공덕동 H오피스텔은 분양가 이하 매물이 수두룩하다. 27평형은 분양가보다 1000만~1500만원, 27평형은 2000만원 정도 싸게 살 수 있다.

2008년 4월 입주하는 부천 I오피스텔은 로열층도 분양가보다 1000만~2000만원 빠진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일산 백석동 B오피스텔 18~20평형의 경우 분양가보다 20%나 떨어진 매물이 적지 않다.

한때 높은 청약경쟁률로 인기를 끌었던 단지도 웃돈이 급락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청약 당시 평균 78.6 대 1 경쟁률을 기록한 용산 P오피스텔 51평형은 분양 초기 웃돈이 2억50000만~3억원 붙었지만 최근엔 5000만~1억원 빠진 매물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고분양가 논란 속에서도 평균 38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경남 창원시 두대동 C오피스텔도 분양 직후 웃돈이 평형별로 최고 5000만~1억2000만원 정도 붙었으나 지금은 분양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부분 지역의 임대료가 강세를 보여 투자수익성은 괜찮은 편이나 주거사용 실태조사에 따른 양도세 부담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이다. 실제 서울 종로구 내수동 일대 오피스텔의 경우 임대료는 오르고 있지만 매매가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Y오피스텔 21평형 전셋값은 8000만~9000만원으로 올 초보다 1000만원가량 올랐고 월세도 보증금 1000만원에 75만원으로 같은 기간 10% 뛰었다. 하지만 매매가는 1억6000만원 선으로 한 달 새 1000만~2000만원 내렸다.

인근의 김모(47) 공인중개사는 "직장인 등 임차 수요가 많아 수익이 괜찮은 편이나 세금 걱정 때문에 연내 팔려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용도를 주거용에서 업무용으로 바꾸고 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서울 종로구 내수동 K공인 관계자는 "대부분의 오피스텔이 주거에 맞게 설계돼 업무용 수요자들이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반기 매물 더 늘듯=다주택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오피스텔 매물이 올 하반기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앞으로 오를 가치가 세금 부담보다 낮다면 과감하게 처분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격을 더 낮춰서라도 가급적 올해 안에 파는 게 세테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용 오피스텔을 완전한 업무용으로 전환해 양도세 중과를 피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반면 무주택자나 소액투자자에게는 세금 회피성 매물이 증가하는 요즘이 싼 값에 오피스텔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시간과 공간 한광호 사장은 "임대수익은 짭짤한 데도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싼 매물이 적지 않다"며 "오피스텔은 입지 등에 따른 양극화가 심한 임대수익형 상품인 만큼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이거나 임차인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을 고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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