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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년 전 인류도 치과 치료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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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류가 9000년 전 신석기시대에도 치과 치료를 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송곳 모양의 석기와 치아. 석기로 치료하는 과정을 재연하고 있다. [로마 AP=연합뉴스]

인류가 9000년 전 신석기시대에도 치과 치료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 전문 학술지 네이처는 파키스탄 서부 메르가르에 있는 기원전 7000년 시대 지층의 무덤에서 발견된 송곳 모양의 석기가 치과 치료용으로 쓰였다는 연구 결과를 6일 실었다.

이전까지는 기원전 3000년 시대 덴마크 유적지에서 발견된 '치료받은 흔적이 있는 치아'가 가장 오래된 치과 치료 유물로 인정받아 왔다.

이번 연구는 미국 캔자스대와 프랑스 푸아티에대의 인류학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연구팀이 찾아낸 송곳 모양의 석기가 치과 치료용으로 쓰였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함께 발견된 '구멍이 파인 치아' 11개였다. 연구 결과 구멍은 이 석기를 사용해 판 것으로 드러났다. 구멍의 크기가 0.5~3.5㎜로 송곳처럼 생긴 석기 앞부분의 크기와 비슷했던 것이다.

또 구멍이 파인 다음에 부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어금니 4개에서는 충치의 흔적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치아에 구멍을 뚫는 행위가 살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시행된 치과 치료의 하나라고 결론지었다. 원시종교 의식 등 다른 목적으로 치아에 구멍을 낸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구멍의 위치나 각도로 봤을 때 치료가 강압적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짐작했다.

연구팀은 치아의 구멍이 요즘 치과 치료에 쓰이는 에나멜과 비슷한 물질로 채워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구멍 속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 정확히 어떤 물질이 쓰였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푸아티에대의 로베르토 마키아렐리 교수는 "9000년 전 파키스탄인들이 이 지역에서 밀과 보리를 재배해 당질을 충분히 섭취하게 되면서 충치가 많이 생긴 것 같다"며 "이 때문에 사람들이 치과 치료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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