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김기식 자진사퇴 촉구" 당론 결정…이정미 대표 "결자해지 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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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당론을 12일 결정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를 마친 뒤 "외유성 해외출장 의혹을 받는 김 원장에 대해 자진 사퇴를 촉구하기로 했다"며 "금융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에는 능력과 함께 칼자루를 쥘만한 자격을 갖춰야 수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상무위원회의에 참석한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연합뉴스]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상무위원회의에 참석한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연합뉴스]

이날 오전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문제의 본질은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의 돈으로 출장을 갔다는 것"이라며 "삼성증권 문제 등으로 금융계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시켜야 할 수장의 신뢰가 무너졌는데 개혁의 칼날을 제대로 들이댈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개혁의 칼날을 들이댈 때마다 '너는 그런 자격이 있느냐'고 끝없이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의혹이 불거진 뒤 어떤 해결 능력도 보여주지 못한 김기식 원장의 결자해지의 시간이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의당이 당론으로 반대한 문재인 정부의 공직 후보자가 모두 낙마해 정치권에선 정의당에 찍히면 더는 못 버틴다는 뜻으로 '정의당 데스노트'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정의당은 김 원장의 자진 사퇴를 당론으로 결정하기까지 열띤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정의당은 지난 9일 추혜선 수석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날 선 개혁의 칼을 들어야 하는 입장에서 뚜렷이 드러나는 흠결을 안 고 제대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0일 열린 의원총회에선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김 원장의 해명을 더 들어보자는 쪽으로 당론 결정을 유보했다. 한 정의당 의원은 "당 내에선 김 원장이 금융개혁의 적임자이고 그만한 전문성과 개혁성을 동시에 갖춘 인물이라 지지하는 의견도 있고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거부론도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사퇴 여론이 높아지면서 정의당 내부에서도 김 원장의 처신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고 한다. 12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김 원장의 거취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분명하므로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50.5%가 나왔다. '재벌개혁에 적합하므로 사퇴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33.4%, '잘 모름'은 16.1%였다.

최석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김 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는 금융 적폐청산의 중단이 아닌 더 가열찬 개혁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빠른 시일 안에 더 나은 적임자를 물색해 금융 적폐청산을 힘 있게 추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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