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아닌 가석방…재수감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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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30일 실시된 김근태전민청련의장등 46명의 공안·시국사범 가석방은 4·26 총선이후 야당·재야단체의 줄기찬 양심수 석방 주장에 일단 정부·여당이 화답한 것으로 볼수있다.
특히 법무부는 그동안 양심수 석방주장이 나올때마다 『풀어줄 사람은 거의다 풀어줬다』며 형사·행형정책상의 어려움을 열거하며 난색을 표명해 왔기때문에 상당히 「양보」를 한셈.
그러나 야당이 석방결의안을 들고 나오는등 막바지까지 몰린데다 재야의 주장인 「전원석방」이 안됐기 때문에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법무부가 밝힌 남은 시국사범 기결수는 81명. 그중 41명은 6·29이전구속자로 반성의 빛이 없거나 형기가 3분의2 이상 남은 사람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재일동포 공안사범은 모두 31명이었으나 30일 6명이 석방되고 25명이 남았다. 이중 미전향자 3명을 제외한 22명은 형기의 절반이 안돼 앞으로 순차적으로 석방된다는 것.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들 시국사범들을 보는 정부·여당과 야당·재야단체의 시각차이.
정부·여당은 이들이 실정법을 위반한 범법자인데다 석방될 경우 재범의 우려가 현저하고 일부는 형기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풀어줄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기결수는 형기의 3분의2이상 복역돼야 가석방대상이 되도록내규로 정해놓고 있으므로 이를 자꾸만 깨뜨릴 경우 행형정책이 흔들리게 된다는것.
이에반해 야당·재야단체에서는 이들이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 범법자가 됐고 이들에게 적용된 집시법·국가보안법·사회안전법등이 모두 「악법」으로 드러나 개정·폐지가 논의되고 있으므로 당연히 원인무효로 전원석방되어야 한다고 맞서고있다.
정부·여당의 시국사범석방에 대한 「인색함」은 사면이 아닌 가석방인데다 이례적으로 6월 정기가석방되는 일반형사범들과 함께 풀어준 것으로도 엿볼수 있다.
이것은 이들의 석방을 가능하면 별도로 부각시키지 않겠다는 「속셈」과 가석방이므로 다시 수감할수도 있다는 「엄포」의 뜻으로 볼수 있다. <권 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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