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회의를 진짜 입법기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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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르바초프」의 정치개혁안은 공산당 1당 독재를 전제로 하고있지만 앞으로 당은 이념지도의 정치적 전위로서만 기능을 갖고 기타 행정기능은 행정기관쪽에 넘겨야한다는데서 종래와 큰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당의 집행기관인 중앙위 서기국이 내각 각부서의 행정기능까지 일일이 간섭·지도해 왔던 점을 고려하면 대담한 개혁안이라 할 수 있다.
「고르바초프」가 제안한 소연방최고회의는 지금까지 전 근로자 공통의 이익을 대표하는 연방회의와 민족적·지역적 이익을 대표하는 민족회의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사실상 최고회의는 공산당의 고무도장일 뿐이다. 최고회의의 회기에 대한 헌법상의 규정이 없는 것을 보면 최고회의는 한번 구성되면 요식적으로 간부회의와 각료회의를 구성하는 것으로 사실상의 임무가 끝난다고 할 수 있고 간부회의와 각료회의는 당의 철저한 인적 통제하에 있기 때문이다.
「고르바초프」의 개혁안은 바로 이 최고회의를 명실상부한 입법기관으로 만들겠다는데 초점이 있다.
당에서 제안한 정책이나 법률을 종전대로 그냥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심의,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입법기관으로서의 조직의 구성은 현재와 비슷하다. 5년마다 복수후보를 상대로 비밀투표에 의해 선출하자는 인민대의원 대회는 민족회의와 연방회의로 구성된다.
민족국가 구성체와 민족행정구성체를 대표하는 민족회의는 공화국·자치공화국·자치주의 이해가 걸려있는 경제-사회발전, 민족관계의 영역에서 법률의 준수, 연방성청의 활동감독의 문제를 심의한다.
전 국민적 이해 및 모든 계급과 사회계층의 욕구를 반영하는 연방회의는 커다란 사회·경제 프로그램과 계획, 가격과 과세·노동관계, 시민의 권리옹호, 국방-조약비준 등을 담당하며 각원은 양원제로서의 합의의무를 갖도록 했다.
「고르바초프」의 개혁안은 인민대의원대회가 다시 각각 4백여명 안팎으로 축소돼 구성되는 최고회의와 그 의장을 신설한다는데 있다.
그리고 비밀투표로 선출된 이 의장이 대의제의 최고기관과 인민대의원 소비에트의 전체계의 역할을 향상시켜 권력의 법적 성격을 강화하는 것과 세계문제에서 소련을 보다 잘 대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의장에게는 법률과 가장 중요한 사회경제 제계획의 준비를 전반적으로 감독하고 ▲대외정책 ▲국방과 안전보장에 관한 주요한 제문제를 해결하며 국방회의를 이끌고 각료회의의장(수상)의 인선에 관해 제안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외에도 일반적으로 국가원수에게 부여되는 모든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는 서기장이 곧 최고회의 의장이 되어야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없다. 다만 여러의견중 이런 것도 있다는 식으로 당의 리더가 국가리더가 돼야한다는 얘기도, 서기장이 사실상 나라의 최고대표자 역할을 담당하는 상황은 법치국가의 개념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으니 이 문제에 대해 토의해 주기 바란다는 정도다.
그는 또 당과 국가의 역할분담에 관해서도 『현재의 조건아래서는 양자기능의 명확한 분담은 정치적 전위로서의 당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커다란 의의를 갖는다』는 정도로 언급을 마무리하면서 또다시 활발한 토론을 부탁했다.
그는 당과 국가기관의 기능분리라는 측면에서 각료회의의 책임과 권한은 확대시켜야 한다면서 동시에 각 공화국 각료회의도 지방분권의 노선에 따라 확충돼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관리기관도 종래대로 노동집단에 명령할 수는 없으며 다만 그동안 작성된 국가기업법·협동조합법 등에 따라 수행해야할 것이라고 말하고있다. <이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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