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비상전력 공급망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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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제주도 전역이 1일 오전 10시36분부터 2시간30분여 동안 정전되면서 큰 혼란을 겪었다. 이날 정전은 제주도와 전남 해남을 연결하는 해저송전 케이블 2회선이 고장으로 차단되면서 발생했다. 제주도 전력 수요의 44.5%를 공급하는 케이블이 끊기자 제주화력발전소 등 도내 3개 발전소도 과부하를 이기지 못하고 연쇄적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해남변전소 측은 "어선이 닻을 내리거나 양식어민들이 양식장을 관리하다 케이블이 파손됐을 가능성이 있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 안전관리 체계 허점=1997년 해저송전 후 다섯 번째 도(道) 전역 정전사고 중 이번 정전이 가장 복구가 늦었다. 제주도 재난관리본부는 정전된 지 30분이 지난 뒤에야 알음알음으로 도 전역이 정전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전은 정전 발생 40분이 지난 오전 11시15분에야 뒤늦게 제주도에 사고상황을 통보했다. 한전은 정전 사고가 났다는 내용의 자막을 내보내 주도록 방송사에 부탁했으나 정전 상태에서 TV는 무용지물이었다. 제주도 전 지역에 전기가 끊기면서 공항.대형 마트.지하상가 등에서 큰 혼잡이 빚어졌다. 제주공항은 자가발전시스템이 가동되기까지 9분 동안 예약.발권 시스템이 전면 중단됐다. 또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던 41명이 119구조대에 구조됐다.

◆ 비상 송배전 체제 갖춰야=단일 송전 선로에 의존하고 있는 지역에서 사고 등으로 전기 공급이 끊길 경우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별도의 비상 송배전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과부하가 발생할 경우 전력 수요의 일부를 차단해 선로별로 과부하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는데도 이번에 제 구실을 못했다.

제주도의 경우 20만~30만kW급의 중대형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 자체에서 전력 수요를 충당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해저송전 케이블로 전송받는 것보다 두 배 이상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제주 지역 전력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등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홍병기 기자,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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