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영화사 한국흥행 "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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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영화사들이 국내 흥행에 난항을 겪고있다.
올1월 국내에 상륙한 MGM, 파라마운트등 미국의 메이저영화사들은 상륙한지 반년이 지나도록 그들의 영화를 직접 상영할 극장마저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고있다.
또 국내의 민감한 대미여론을 의식, 당초 세웠던 흥행계획을 신중히 재검토하고있다.
한편 지난 14∼17일까지 서울홍은동의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은밀히」영화견본시를 열었던 미국군소영화사배급협회(AFMA)는 국내 영화업자들의 외면을 받아 별다른 성과없이 철수했다.
MGM·파라마운트·UA·유니버설등 미국의 유명한 4대 메이저영화사의 배급회사인 UIP(United International Pictures)의 한국지사는 당초 올 7월초『007 제15편』(007 The Living Daylight) 을 첫 작품으로 흥행에 내세울 예정이었으나 최근 이같은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UIP는 당초 서울의 개봉관인 D·C극장등과 영화를 상영키로 약속했었으나 최근 이 개봉관들이『요즘같은 사회상황에서 먼저 나서서 미국영화를 상영했다가는 학생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하기 쉽다』며 극장대관을 거절하는바람에 다시 극장을 찾아나서야할 형편이다.
이밖의 개봉관들도 D·C극장들과 비슷한 이유로 대관을 기피하고있어 UIP는 극장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개봉관들이 이미 여름철 흥행프로를 확정, UIP의 여름철훙행은 더욱 불가능할것같다.
또 UIP측 스스로도 최근의 국내상황을 의식 여름철 홍행의 당초 계획에 자신을 잃고있다.
UIP는 이에따라 올림픽이 끝난뒤에 가서나 홍행에 나설것을 검토하고있으며 첫 개봉프로도『007』과 같은 상업오락영화가 아닌「흘러간 명화」를 내걸어 사회 여론의 예봉을 비켜갈 것도 생각하고 있다.
「한국은 큰 영화시장」이란 기대를 안고 28개 미국군소영화사대표들이 2백여편의 영화를 갖고들어와 개최했던 AFMA주최 영화견본시도 국내업자들의 냉담한 반응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견본시에는 국내 비디오업자들만 상당수 상담을 벌였을뿐 영화업자는 극히 일부만이 다녀갔을 뿐이다.
AFMA측은 국내반응이 신통치않자 지난15일 하이야트호텔에서 부랴부랴 호화로운 한미영화업자리셉션 파티까지 열기도 했다. 멘리영화사는 올해 아카데미영화제의 외국영화상수상작인 덴마크영화『바베테의 만찬』을 들고 와 무려 1백50만달러를 호가했다가 코웃음을 받기도 했다.
미국영화사들이 언젠가 화제작을 내걸고 직접 흥행에 나서더라도 관객들이 몰려들지는 의문이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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