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사회당 단독 정부 가능성-총선 끝난 프랑스의 정국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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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홍성호 특파원】어느 한쪽의 결정적인 승리 없이 끝난 프랑스 총선 결과로 「미테탕」 대통령은 다시 한번 흔들리는 의회의 시련을 겪게됐다.
「미테랑」 자신은 개인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지난 4월의 대통령선거에서 라이벌 「시라크」전 수상을 손쉽게 물리쳤으나 불과 달포 남짓한 사이에 우파세력이 되살아나 그가 바라던 절대다수의석확보에 실패했다.
이 시점에서 「미테랑」 사회당의 선택은 7년전과 같이 공산당과 다시 손을 잡거나 그가 주창한 우베르튀르(개방)정책에 따라 우파의 일부와 연정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가지의 선택도 저마다의 문제점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공산당과의 관계는 「미테랑」 이 81년 선거때 지원을 받아 결정적인 도움이 됐고, 이보다 10년전인 71년에는 공산당과의 연합전선을 구축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좌파의 지도자로 부각되는 등 결정적인 시기에 은혜를 입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공산당은 80년대 이후 국민들의 지지율이 줄어 쇠퇴의 길에 접어들고 있어 사회당이 공산당과 다시 연정을 구성하는 것은 사회당에 위험부담이 된다.
뿐만 아니라 사회당은 당시의 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지 못하고 결별, 공산당측에서도 과거와 같이 이용만 당할 것이란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공산당(PC)의 지도자 「조르주·마르셰」는 총선 직후 이미 『새로운 정치를 위한 새로운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연정참여란 없다』고 못박았다.
의회에서 명실공히 캐스팅보트를 쥐게된 공산당으로서는 같은 좌익의 사회당이라 하더라도 호락호락하게 더부살이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미테랑」으로서는 공산당의 무리한 요구까지 수용하며 연정을 할 경우 모처럼 대통령-수상의 관계로 밀월을 꿈꾸고 있는 「미셸·로카르」와의 대립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당내의 우익으로 알려진 「로카르」 수상으로서는 공산당과는 화합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당-공산당의 연정은 자칫 재임1개월 남짓의 「로카르」 수상의 사임으로 이어져 사회당자체의 분열을 가져올 수도있다.
공산당과의 연정보다 더 가능성이 높은 선택은 우파일부와의 합작이다. 현재로서는 「시라크」의 RPR(신 드골당) 와 손잡고있는 UDF(우파연합)의 분파가운데 전 대통령 「데스탱」세력과 사회당이 친밀해질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총선 결과를 놓고 우파지도자인 「시라크」나 「바른」(전 수상·대통령 후보) 등이 「우파의 결속」과 「혼미한 정국에 대한 우려」의 반응을 보인데 반해 「데스탱」전 대통령은 『이번 선거의 패배원인은 정치적 분열이며 좌·우익이 공동승리를 거두었다』고 전제, 단일정당에 전권을 주지 않겠다는 국민의 뜻에 따라 함께 정부의 일을 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우파와의 연정은 이번 선거에서 사회당지지세력이 「미테랑」의 중도·개방정책에 반발, 극좌공산당에 표를 던졌듯이 전통적인 지지세력을 잃을 위험이 따른다.
또한 우파세력도 국민전선(FN)의 급격한 부상 등 분열이 심해 단결이 요구되고 있고 또 어느 일파가 곧 있을 지방의회선거와 유럽의회선거를 앞두고 우익진영을 떠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더구나 사회당과 우익연합의 의석차이가 별로 크지 않은 것도 우익 어느 일파의 연정참여를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은 사회당의 「로카르」정부가 소수단독정부로 재집권할 가능성이 크고 몇 개월 후에나 새 정부형태가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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