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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기획] 내주 월요일 개장 파주 영어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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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산 중턱에 크게 써 붙인 '잉글리시 빌리지' 간판을 보고 찾아 들어가니 아직 공사 중인 도로변에 주차한 승용차가 즐비하다. 길 양쪽으로 500m는 족히 돼 보인다. 아직 정식 개장도 안 했는데 소문 듣고 구경 온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다. 대한민국의 영어 열풍을 짐작하게 하는 풍경이다.

입구의 스톤헨지 상은 조금 생뚱맞다. 석기시대 원시인처럼 모두 무(無)에서 출발하니 영어를 못해도 걱정하지 말라는 뜻일까. 어쨌든 스톤헨지를 지나 '영어마을'에 들어가려면 입국심사를 받아야 한다. 영어만 사용하겠다는 서약을 해야 입국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5박6일의 정규과정 학생은 영어 구사능력에 따라 기숙사를 배정받는다.

입국심사대를 지나면 중세 유럽을 연상케 하는 성벽과 성문이 나타난다. 성문을 지나면 EV(English Village)머니만 사용이 가능하다. 정규과정 학생은 입국심사 때 20달러의 EV머니를 교환하게 된다. 아차, 우리말이 튀어나오면 1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대신 영어를 열심히 하면 장학금을 비롯한 각종 상금도 받는다. 하지만 20달러는 5박6일을 지내기에 부족한 돈이다. 학생들은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방과 후 운영되는 공장에서 티셔츠.비누.과자.사전 등을 만드는 일을 해 EV머니를 번다. 경제관념을 익히는 동시에 노동의 소중함을 몸소 깨닫게 하기 위함이다. 물론 모든 과정이 영어로 진행된다. 퇴소할 때는 남은 돈의 액수에 따라 기념품을 사갈 수 있다.

정식 커리큘럼으로는 드라마와 음악.미디어.과학 등 4개의 전공 분야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전공에 따라 뮤직 비디오나 드라마 제작 과정을 배우기도 하고 방송 진행을 위한 말하기.읽기 등을 익히며 일련의 과학 실험을 실시하면서 그 과정에 대해 토론하며 영어를 익히게 된다. 각 전공 과목을 맡은 원어민 교사 100명은 영어 교육 외에도 전공 분야의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미국.캐나다.호주 등 7개국 출신으로 1년 이상의 교육 경험이 있는 강사들을 대상으로 세 번의 면접을 거쳐 까다롭게 뽑았다는 게 영어마을 측 설명이다.

성문을 지나면 영국 전원마을풍의 건물들이 양옆으로 늘어선 마켓 스트리트가 나온다. 편의점과 식당 등 각종 상점과 함께 시청.경찰서.우체국.은행.여행사.보건소 등 공공체험 시설이 마련돼 있다. 말썽을 일으킨 학생은 경찰서로 넘겨진다. 입건(?)되면 영어 받아쓰기 등 강도 높은 영어교육 형벌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영어마을이 영어교육만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13명의 원어민 공연예술가들이 뮤지컬과 연극 등을 공연, 세계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유니세프와 협력해 봉사정신, 세계시민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는 계획이다.

중앙일보 독자를 위한 무료 체험행사로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영어마을을 방문한 주부 박미영(35)씨는 "마치 외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인 데다 프로그램도 흥미로워 휴일 가족 나들이 장소로 놀이공원에 가는 것보다 나을 듯하다"고 말했다. 아들 김형욱(8)군도 "우체국과 은행 놀이를 했는데 외국인과 영어로 얘기하는 게 무척 재미있었다"며 즐거워했다.

제프리 존스 파주영어마을 원장은 "단순히 영어를 배우는 곳이라는 목적 외에도 가족 단위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 명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영어마을은 영화와 광고 촬영지로 대여하고 도서.캐릭터.방송콘텐트 사업도 병행해 올해 연간 150억원의 운영비 중 50%를 자립적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경기도가 850억원을 투자해 대지 8만4000평에 연건축면적이 1만1000평이나 되는 파주 영어마을은 4월 3일 문을 연다.

파주=이훈범 기자

*** 참여 방법은 …

5박6일반 외에 2주 방학집중반, 주말 초등반, 일일 체험 과정 등이 있다.

5박6일반은 도 교육청이 지정하는 중학교의 2년생이 대상으로 학기 중 운영되며 정규 수업으로 인정된다. 교육비는 8만원. 교육비 60만원의 2주 방학집중반은 도내 초등 3년∼중 3년이
대상이고, 주말 초등반(도민 6만원, 타 시·도민 12만원)은 전국 초등교 3∼6년생을 대상으로 2주간 토∼일 이틀에 걸쳐 각각 운영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은 경기도가 교육비를 전액 지원할 예정이다.

1일 체험과정(3000∼1만6000원)은 전국의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참가신청은 인터넷 홈페이지(english-village.or.kr)에서 예약하거나 현장방문을 통해 해야 하며 각 프로그램 참가자 중 20%는 저소득층 자녀(무료)에게 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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