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실수 없다’ 대한항공, 삼성화재 꺾고 챔프전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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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39득점한 가스파리니(오른쪽)와 대한항공 선수들이 승리를 확정한 후 기뻐하고 있다. [뉴스1]

39득점한 가스파리니(오른쪽)와 대한항공 선수들이 승리를 확정한 후 기뻐하고 있다. [뉴스1]

“한 번 실수는 할 수 있다. 두 번 실수하면, 그건 ‘바보’다.”

가스파리니 맹활약 2년 연속 결승 #현대캐피탈 상대 팀 첫 우승 도전 #박기원 감독 “두번 실패하면 바보”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 박기원(67) 감독이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던진 출사표다. 박 감독은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점수가 벌어질 때마다 선수들에게 소리쳤다. 매의 눈으로 비디오 판독을 신청해 오심을 바로잡았다. 그리고 지난해 눈앞에서 놓친 챔피언 트로피를 거머쥐기 위한 두 번째 기회를 잡았다.

대한항공이 22일 대전 충무실내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플레이오프(3전2승제) 삼성화재와의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3-25, 25-20, 25-22, 32-30)로 역전승을 거뒀다. 1차전을 내줬던 대한항공은 2,3차전을 이기면서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라이트 공격수 미차 가스파리니(슬로베니아)가 서브 에이스 5개, 블로킹 1개를 포함해 39점을 퍼부으며 맹활약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경기 초반 서브 아웃, 네트 터치 등 범실을 쏟아내며 불안했다. 1세트에 22-18로 앞서다 23-25로 뒤집어졌다. 하지만 2세트부터 대한항공 팀 사상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받는 가스파리니가 펄펄 날기 시작했다. 강서브를 앞세워 삼성화재를 흔들어 2, 3세트를 가져왔다.

4세트가 승부처였다. 삼성화재가 끈질기게 따라붙어 듀스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30-30에서 가스파리니의 강스파이크가 들어갔다. 이어진 공격 기회에서 가스파리니가 위력적인 서브를 넣었고, 황승빈이 긴 랠리를 마무리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을 포함 14시즌 동안 11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챔피언 결정전에 오르는 건 5번째다. 하지만 우승은 없다. 그냥 만년 우승 후보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양강 구도를 깨지 못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2010~11시즌엔 챔피언 결정전에서 삼성화재에 4전 전패를 당했다.

지난 시즌엔 더욱 아쉬웠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인천 홈에서 정규 시즌 2위 현대캐피탈에 챔피언 트로피를 빼앗겼다. 국가대표 사령탑 출신인 박 감독은 지난 2016년 4월 부임하면서 대한항공의 ‘2등’ 이미지를 말끔히 지우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해 눈물을 흘려야 했다.

박 감독은 한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 챔피언 결정 5차전이 두고두고 생각났다. 그리고 다짐했다. “스포츠에서 한 번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 하면 바보다. 나는 바보가 되지 않겠다.”

대한항공은 정규리그에서 현대캐피탈, 삼성화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후반기에 체력이 떨어져 고전했다. 그런데도 박 감독은 “우승을 하기 위해 1, 2위를 양보한 것”이라고 호기롭게 말했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던 ‘리벤지 매치’가 왔다. 상황은 작년과는 정반대다. 현대캐피탈이 1위에서 기다리고 대한항공이 추격하고 있다.

박 감독만큼이나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도 챔피언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최 감독은 이번 시즌에는 반드시 통합 우승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최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2015~16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배구 사상 최초로 감독 데뷔 시즌에 우승했다. 하지만 챔피언 결정전에선 OK저축은행에 1승3패로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다.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2위로 통합 우승을 하지 못했다. 5전3승제의 챔피언 결정전은 24일 오후 7시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1차전이 열린다.

대전=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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