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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널티킥 세트플레이' 희한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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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5개월 만에 풀타임 출장한 수원의 송종국(위)이 대구 하대성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 [수원=뉴시스]

29일 프로축구 K-리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 나왔다. '페널티킥 세트플레이'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이다.

광양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 성남 일화의 경기. 4승 무패 선두인 성남을 맞아 1-1로 맞선 전반 27분 전남이 페널티킥을 얻었다. 키커로 백전노장 유상수가 나섰다.

유상수는 킥을 하기 전 공격수 이광재와 귀엣말을 나눴다. 페널티마크에 볼을 놓은 유상수는 뒤로 조금 물러선 뒤 차는 척하면서 볼을 발바닥으로 긁어 앞으로 굴려보냈다. 뒤에서 달려들어 온 이광재가 슛을 하려는 순간 성남 골키퍼 김해운이 앞으로 뛰쳐나와 볼을 막아냈다. 절호의 득점 기회를 어처구니없이 놓친 전남은 결국 1-1로 비기고 말았다.

경기 후 전남 허정무 감독은 "시키지도 않은 짓을 선수들이 왜 했는지 모르겠다"며 허탈해했다. 전남의 김종건 홍보팀장은 "페널티킥을 차기 전에 유상수와 이광재가 미리 작전을 짰는데 호흡이 잘 안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페널티킥을 찰 때는 키커 외의 선수는 공에서 9m15c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따라서 키커가 직접 차지 않고 공을 앞으로 밀어준다면 10m 이상 뒤에서 출발한 선수가 골키퍼와 충돌하지 않고 골을 성공시킬 확률은 높지 않다. 다만 페널티킥을 찰 때 골키퍼들이 한쪽 방향을 정해 다이빙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역이용한다면 편안하게 골을 넣을 수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유상수는 킥을 하는 순간 골키퍼 김해운이 다이빙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김해운은 그냥 서 있었고, 공을 막아낼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아스널의 티에리 앙리가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시도했지만 당시에도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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