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사람들은 의회의 속기록을「한사드」라고 한다. 특별한 뜻이 있는 것은 아니고 출판사의 이름이다. 영국의 의사속기록은 원래 한사드 라는 출판사에서 찍어 왔다. 유별난 것을 싫어하는 영국사람들은 그저 부르기 좋게 그 출판사 이름을 따라 한사드 라고 했다.
한사드는 표음기록 아닌 축어기록(verbatim record)을 따르고 있다. 발언의 취지를 바꾸지 않는 범위에서 문법에 맞게, 잘못된 기록 등을 바로 잡는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박수」「웃음」「야유」등과 같은 회·의분위기를 묘사하는 말은 써넣지 않는다. 의원이 원하는 경우는 기록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예외적인 일이다. 그만큼 의사속기록은 민주주의의 교과서답게 위엄을 갖는다.
영국 하원은 1921년부터 의회발언 중에 사용할 수 없는 말을 정해 놓았다. liar, lie, lying 등이다. 모두 거짓이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의회발언은 몇 가지 룰이 있는데 이런 식이다. 용어는 일상회화에서 쓰는 평이한 말로하며 명료, 간결, 구체적이어야 한다.
원고를 써 가지고 나와서 읽어도 안 된다. 중요문서를 인용하거나 각료가 처녀발언을 할 때는 원고를 읽어도 묵인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자유토론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의장이 원고낭독을 금지한다.
「발언의 냉각 화」(cooling process)라는 것도 있다. 첫째, 발언의 동기를 비난공격하지 않는다. 발언자를 자극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둘째, 발언은 온 화와 중용을 지킨다. 과격한 표현은 쓰지 않는다.
자, 이젠 우리나라 국회를 보자. 3야당이 요즘 국회에 내놓은 국회법 개정안을 보면 국회 안에서 음식을 먹어도 되고, 담배도 피울 수 있고, 오버코트도 걸치고 들어갈 수 있게 했다. 누구보다 민주주의와 의회정치를 부르짖어 온 야당이 앞장서서 의회의 품위와 격조를 떨어뜨릴 셈인지 묻고 싶다. 의회주의를 존중한다는 뜻은 의회를 선술집 모양으로 만들자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국회는 좀더 품위와 신뢰가 가는 국회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보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