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여당의「정공」주장|허남진<정치부 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3일 1박2일의 양평 세미나를 마치고 나온 민정당 의원들은 기탄 없는 대화와 토론의 기회를 가졌다는 점에서『매우 유익했다』고 입을 모으며 새 정국에 임하는 비장한 결의를 다지는 모습들이다.
토론은 비공개로 진행되었으나 사후발표만 보더라도 의원들은 당의 정국운영 및 국회대책 등에 대한 비판과 자성을 포함해 신랄하고 심도 있는 내용을 주고받아 모처럼 불평·불만이 공식 표출되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활성화된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하겠다.
회의 후 참석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본 바에 따르면 내부비판은 한결 그 강도가 신랄했으며 처방도「현실인정」쪽 의견이 많이 개진됐다고 한다.
그러나 대변인 발표를 종합해 보면 야당 측에 질질 끌려 다니는 데 대한 아쉬움·비판과 함께 정공법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잡아 나가야 한다는 내용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광주사태진상조사·5공화국비리조사 등에 강력한 논리로 대응하고 타협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은 처음부터 철저히 거부해야 한다』『중간평가가 야당 측의 본전장사에 이용돼 재 신임으로 오도되어선 안 된다』『단절될 수도 없는 5공화국과 단절하려는 인상을 주지 말자』는 당당한 발언들이 많았다.
마치 과반수 확보의 옛 여당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다.
물론 발표내용 중엔『민정당이 말기현상을 보인다』『하의상달이 안 된다』『지식인·젊은 층의 지지기반이 약한 만큼 환골탈태의 각으로 체질개선하자』는 등 스스로 아픈 자책과 「현실인정」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정공법」쪽을 강조 발표하는 당의 자세에 있다. 『우리가 제1당임을 앞세워 정국을 주도하겠다고 해야 무슨 소용이 있나. 야당 측과 이해의 일치를 구하거나 진짜 협력을 얻어내는 등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내부의 보다 솔직한 현실 해석의 목소리는 외면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측의 강경 선회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마저 들게 한다.
모처럼 보여준 여당의 활성화된 모습이 보다 솔직한 현실 인식과 그 바탕 위에서 정국운영의 종합대책이 세워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