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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율화 말보다 실천이 문제"|금융제도개편 어떻게 해야하나 전문가 정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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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참석자>
곽상경 <고대교수>
구석모 <한국경제연부원장>
이용만 <외환은행장>
금융산업의 전면개편을 위한 논의가 요즘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재무부와 한국은행이 각기 금융산업발전안을 내놓았고 금융발전심의위원회에서는 분과위원회별로 주어진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재무부와 한은안을 중심으로 은행경영의 자율화, 중앙은행의 독립성, 그리고 금리의 자유화등 금융제도개편의 핵심이 되는 주요과제들이 어떤 방향으로, 또 어느수준까지 개편되어야 하는지를 학계 (곽상경 고대교수) 금융계 (이용만외환은행장) 경제계 (패석모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전문가 3명의 정담을 통해 정리해본다. <편짐자주>
▲곽상경 고대교수=금융산업발전문제는 재무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봅니다. 즉 금융에 대해 그동안 재무부가 쥐고 있던 권한중 얼마만큼을 중앙은행에 내주고 각금융기관에 넘겨주느냐가 중요한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재무부안에는 몇가지 미흡한 점이 있는데 금리자유화에 있어 구체적인 선이 명시안된 점과 실명제실시에 대한 분명한 언급이 없는 것, 그리고 한은독립성 문제가 거론안된 점등이지요. 금리자유화는 이 모든 조치가 동시에 진행되면 자연히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구석모 한국경제연구원부원장=재무부가 금융기관에 대해 더이상 개입않는다는 전제없이 금리자유화문제를 말하는 것은 다소 순서가 뒤바뀐 감도 없지않습니다. 보다 시급한 것은 은행의 경영자율화문젭니다. 이것이 먼저 이루어진후에 금리자율화가 된다해도 늦지않을 것입니다.
▲이용만 외환은행장=재무부안을 보면 은행인사에 대해 재무부측 입장이 나타나 있읍니다. 2개의 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 은행장을 포함한 임원인사를 주주총회에 완전 일임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읍니다. 정부에서 이번에 내놓은 개편안에는 제가 보기에는 금융자율화의지가 충분히 담겨 있다고 보는데요.
▲곽교수=의지가 있는 것 하고 실행을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젭니다. 전에도 정부는 자율화를 한다고 말로만 했지 실행에 옮긴 것은 아무 것도없습니다. 어떤 부문은 누가 주체가 돼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구부원장=이제 시대적 흐름은 은행에 자율경영을 부여하는 것이니만큼 정부의 실천의지를 일단 믿어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다만 이때 은행이 대기업의 지배하에 안놓이도록 어떤 대책이 강구되어야겠지요. 어쨌든 앞으로는 은행인사에 정부나 정치력이 영향을 못미치도록 분명히 해야 할겁니다.
▲곽교수=한국은행도 이번 기회에 금융산업개편및 금융자율화와 관련해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하겠다고 분명히 구체적인 방안을 밝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구부원장=통화정책을 재무부와 한은중 어느쪽이 맡아서 해야 하는가가 문제인데 이는 통화정책의 영역을 어디까지 보아야 하는 문제부터 먼저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광의의 통화신용정책 모두를 한은에 넘겨주면 재무부는 할일이 없어진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이런점에서 재무부가 금융에 관한 정책을 포기하면 현재 기획원서 관장하고있는 예산권을 찾아와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는데 이렇게되면 행정개혁 차원에서 풀어야할 문제가 아닌가도 생각 됩니다.
▲곽교수=금융이나 통화정책은 국민경제차원에서 고려, 합리적인 판단이 내려져야 합니다. 금융및 통화정책의 수립·운영은 당연히 중앙은행이 해야 합니다. 그로인해 재무부가 할일이 있다, 없다는 문제는 일반국민에게는 고려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중앙은행에 자율성을 준다고해서 재무부가 할일이 없으면 조세·재정부문만으로도 일은 충분합니다.
▲이행장=금융및 통화신용정책은 정부가 완전히 손을 뗄수도 없는일이지만 원칙적으로 정부와 중앙은행간에 일을 나누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즉 정책을 수립하고 운영하는 것은 중앙은행이 맡되 사후감독내지 검사·관리업무는 정부가 맡는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면 자율화시대일수록 사후 검사·감독업무는 더욱 중요하니까요. 그런 예는 일본에서 찾을수 있는데 금융기관의 감독·검사업무는 대장성이 가지고 있지요.
한가지 아이로니컬하게 여겨지는것은 금융자율화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가보면 전부 자율화 얘기를 하면서 금융배분의 규제등 비자율화내지 정부의 역할이나 간여를 필요로하는 얘기들을 하고있는 점입니다.
▲구부원장=한국은행의 독립성문제는 명분면에서 한국은행이 한수 유리한건 사실이지요. 실제로 통화정책에 정치성이 많이 개입한게 사실이었고 그런점에서 중앙은행이 정부로부터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옳다고 봅니다. 단지 감독권까지 한 기관에서 가져야 하는지는 생각해봐야할 문제지오.
화제를 금리쪽으로 돌려볼까요.
▲이행장=금리의 자유화는 곧 자금배분을 가격기능에 맡기는 것입니다. 은행으로 하여금 경쟁체질을 강화시키고 그결과 금융산업발전및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흔히 말하는 금리자유화는 금리에 대한 규제나 간섭을 그만두는 것 자체로만 짧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도 상당히 있는 것 같더군요.
자유화의 근본취지는 금융기관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물론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경영성패를 고객에게 맡기는 것이지요. 바로 금융시장에 완전한 경쟁의 원리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이런점에서 최근 정부와 한은이 금리자유화를 말하면서도 통화관리방식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움직여야한다는 주장과 현재의 직접통화관리방식은 본질적으로 대립하는 것이니까요.
금리의 자유화는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신중히 검토해서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할것입니다. 기업의 흡수능력등을 감안해서….
▲곽교수=바른 지적입니다. 은행이 조달한 자금이 당국의 직접규제방식에 의해 자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리의 가격기능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지요. 앞으로 통화관리의 방식도 지급준비율이나 공개시장조작등 간접규제방식으로 전환해야 할겁니다.
▲이행장=현재와 같이 자금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한 금리자유화는 금리를 인상시킬 것이고 이는 단기적으로 봐서 은행수지를 호전시킬 것입니다.
금리자유화의 또다른 문제는 우량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우려가 있는 점임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은행들이 우량대기업에 대해서는 경쟁적으로 자금을 저리로 꿔주는 대신 신용이 불투명한 중소기업체나 한계기업에 대해서는 비싼 이자로 돈을 빌려줄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는 대기업의 은행의존도를 더욱 가속화시킬수도 있으며 상대적으로 중소업체의 금융비용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 있습니다.
▲구부원장=금리자유화와 관련해서 주의해야할 점은 금리가 올라간다 해도 자금수요는 그렇게 줄지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 기업들의 자금축적이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의 자금수요는 금리가 높아져도 상존할수 밖에 없습니다. 이때 우리가 생각해야 될것은 기업의 금융비용부담이 과연 적정한가 하는 문제입니다.
▲곽교수=금리가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금융암시장 즉 사채시장이 번창하고 가끔씩 금융사고가 터지기도 합니다. 금리자유화는 그 자체로 하루빨리 실현돼야지 꼭 기업의 자금부담문제와 연관지을 필요가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실물경제의 성장이 어느 정도 이룩된 지금 금리자유화의 실시여건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구부원장=그러나 금리자유화가 국민경제의 성장측면을 도외시 할 수는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기업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원화는 계속 절상되고 국제원자재 가격도 불안하기만 합니다. 여기에 금리까지 더 올라가면 기업들의 경쟁력은 악화될 수 밖에 없읍니다. 또 국내외 금리차를 노려 최근 대량 유임되고 있는 핫머니 문제도 고려해 볼때 국내금리 수준은 높은 수준이라는 생각입니다.
▲이행장=핫머니의 유입문제는 외환관리차원에서 다뤄야지 금리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곽교수=국제금리와 비교할 때 국내금리는 분명히 높으나 국내사정만을 고려, 자금의 수요와 공급측면에서 금리를 보면 높다는 생각은 안듭니다. 또1·4분기의 성장이 15%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금리가 내려가면 경기는 차차 과열될 우려마저 있읍니다.
금리는 멀지않아 국내자금사정이 좋아지면 자연히 내려갈 것입니다. 국내 금리가 내려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당분간은 그대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봐요.
▲구부원장=1·4분기의 성장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것은 사실이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는 신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입니다.
원화절상의 영향도 앞으로 나타난다고 봐요. 작년중 절상폭은 경쟁국에 비하면 오히려 절하되었기 때문에 올들어 수출은 그런대로 괜찮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상황이 다릅니다. 현재의 금리수준은 기업에 너무 벅찬것입니다. 빨리 인하해서 투자도 하게하고 국제경쟁력도 키우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우리 금리가 현재 대만·일본이나 국제 금리보다 너무 높은 수준아닙니까.
▲이행장=금융산업개편이니, 금리자유화문제도 한꺼번에 다 이룰려고 덤비면 곤란하지요. 일본에서는 1년반짜리 정기예금신설문제를 1년반동안의 토론을 거쳤다고 안합니까. 모든 문제를 단계적으로 신중하게 풀어가야 할겁니다. <정리=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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