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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발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나라를 망치는 네 가지 환란이 있다. 위·사·방·사가 그것이다. 한 왕조의 뒤를 이어 흥성했던 후한이 2백년 가까이 되자 망조가 들었다. 이때 순열이라는 학자는 당시의 문란했던 정사를 한탄하며『신감』이라는 책을 지어 황제에게 바쳤다. 이 책에서 나라 일을 바로 잡는데는 먼저 사환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 위란 백을 흑이라고 주장하는, 말하자면 거짓말을 떡먹듯이 하는 경우다. 대도를 걷지 않고 그저 잔재주나 부리며 일을 적당히 눈속임하는 정치.
둘째, 사란 사리사욕, 사심 등을 말한다. 윗자리,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공을 잊고 사를 따르면 그 아랫사람이 어찌 할지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아랫사람들은 웃사람의 비위에만 맞추어 모든 일을 뒤집어 놓을 것이다.
셋째, 방은 자기 멋대로 하는 경우다. 국민이 뭐라고 하든 말든 두려움이나 절도, 명분 없이 일을 처리해 버린다.
넷째, 사는 사치와 낭비를 뜻한다. 나라의 돈이나 물자를 마치 자기 것처럼 써 버리고 낭비하고도 태연하다.
바로 요즘 밝혀진 보사부의 통계조작과 허위발표만 해도 그렇다. 다른 것도 아니고 뇌염환자가 지난해 4명 발생했었는데도 「뇌염 없는 해」로 발표했다. 필경은 보사부가 이렇게나 방역사업을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위의 행정」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 위 속에는 사와 방의 심리도 숨어 있다. 그런 허위보고를 통해 임신양명을 생각하지 않았을 리 없고, 또 그런 판단은 국민이야 어떻게 되든 내 멋대로 하면 그 만이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작용한 것이다.
이 일 하나로 미루어 낭비적인 행정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멋대로 해도 그 만이라는 사고방식이 바로 그 경우다.
보사부 당국은 구구하게 변명이 많으나 결국 조목조목 따져 보면 나라를 망치는 사환의 모든 조목에 저촉되지 않은 것이 없다.
두려운 것은 바로 그것이다. 관리들은 책상에 앉아『그 까짓 것』하고 아무 가책도 없이 일을 처리할지 모른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병균이 큰 병을 만들듯이 작은 거짓이 나라에 큰 변을 안겨 준다는 생각도 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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