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난동이 극에 이르렀다. 어젯밤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 해태 경기만 해도 관중 10여명이 다치고 1명이 숨지는 최악의 불상사가 빚어졌다. 숨진 사람은 쇼크사인지, 아니면 흥분한 관중들이 던진 빈 병이나 돌멩이에 맞아 숨졌는지는 더 두고 보아야겠지만 어떻든 창피하고 불행한 일이다.
얼마 전 대전에서는 심판판정에 불만을 품은 관중들이 그라운드에 우르르 몰려나와 심판을 집단구타한 일도 있었고, 인천에서는 관중들이 던진 빈 병에 맞아 상대팀 선수가 다치기도 했다. 또 몇 해 전 어느 도시에선 상대팀버스를 불태우는 불상사도 있었다. 이 같은 관중소동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경기 때마다 흔히 볼 수 있고 순위다툼이 치열한 경쟁 팀과의 대전이나 지역감정이 첨예한 지역일수록 더 심한 것 같다.
팬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팀에 응원과 박수갈채를 보내고 때로는 열광하고 상대팀에 어느 정도의 야유를 보내는 건 경기를 흥미진진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유익하달 수 있다. 승패를 떠나 자기 팀을 응원하는 건 자기가 살고 있는 고장을 사랑하는 애향심도 기르고 쌓인 스트레스도 풀어 정신건강에도 순기능을 한다. 또 경기를 통해 페어플레이의 좋은 정신도 본받을 수 있고 상대팀의 멋진 플레이에 갈채를 보내거나 패한 상대팀에 동정을 표하고 위로함으로써 뿌리깊은 지역감정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의 경기장 난동과 흥분하는 관중들의 관전양태를 보면「죽기 아니면 살기」 의 전쟁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승부를 초월해 경기 그 자체를 즐기는 게 아니라 경기내용보다 승부결과가 마치 자신의 이해나 목숨까지 걸린 것처럼 조바심을 태우고 격분하고 있다.
지고 이기는 건 병가의 상사이고 경기의 묘기와 멋진 플레이가 흥미의 대상이 되어야 세련되고 성숙된 관중의 태도다. 마치 지난번 국회의원 선거나 지난날 수준 이하의 여야의 정치격돌처럼 지는 게 곧 파멸을 의미하는 듯한 관중들의 태도는 어느 모로 보나 바람직하지 않다. 타락한 승부제일주의 스포츠윤리로 우리가 어떻게 올림픽행사를 치르고, 경제성장을 자랑하고 선진조국을 운위할 수 있겠는가.
선진 외국에서도 경기장 난동이 없는 건 아니다. 이탈리아와 영국축구팀이 맞붙은 축구 경기장에서는 무려 39명이 숨진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자국 팀간의 불상사가 아니었고 어디까지나 외국 팀과의 경기에서 있었던 일이다.
품위 있는 관전자세와 세련된 응원이 정착되지 않는 한 우리가 아무리 눈부신 경제성장을 하더라도 문화선진국 국민임을 자처할 수 없다. 프로야구를 출범시킨 목적은 스포츠진흥과 향토애를 고취시키고 지역감정 해소에 있다.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폭력과 무질서가 판치는 저질의 경기장 관전매너는 격을 높여야 한다.
지금처럼 경기장 난동이 되풀이되고 지역감정 해소는커녕 오히려 부채질하는 것이라면 프로야구의 존립마저 재고해야 한다. 근본대책의 수립과 관중들의 자제와 절제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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