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지른 게 아니고…” 동대문 방화 미수범이 말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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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인지문 방화 미수범 장 모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10일 오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법원으로 호송되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흥인지문 방화 미수범 장 모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10일 오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법원으로 호송되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보물 1호인 흥인지문(동대문)에 불을 지르려다 미수에 그친 방화 미수범 장모(43)씨가 “밥 먹으려고 불을 피웠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1시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선 장씨는 “불을 지른 게 아니고 불을 피운 것”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동대문이 제가 사는 구역”이라며 ‘왜 그곳에서 밥을 먹는가’라고 취재진이 묻자 “돈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장씨는 9일 새벽 1시 49분께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의 잠긴 출입문 옆 벽면을 타고 몰래 들어가 2층 누각에서 미리 준비해간 종이박스에 불을 붙인 혐의(공용건조물 방화 미수, 문화재 보호법 위반)를 받는다.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관리 사무소 직원이 장씨를 붙잡고 4∼5분 만에 불을 끄면서 큰불로 번지지 않았다. 이 불로 흥인지문 1층 협문 옆 담장 내부 벽면 일부가 그을렸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는 교통사고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홧김에 불을 붙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장씨가 과거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진술하고, 구체적 동기에 대해 횡설수설하고 있어 경찰은 정확한 동기를 계속 조사 중이다.

경찰은 불이 옮겨붙지는 않아 방화 혐의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방화 미수 혐의로 전날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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