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폭행 의혹 극단 대표, 방과후학교 강사로 활동

중앙일보

입력

미성년자 단원을 성폭행한 의혹을 받는 경남 김해 극단 번작이 조증윤(50) 대표가 학교에서 방과후학교 강사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극단 번작이 단원으로 활동할 당시 A 대표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페이스북 게시글 캡쳐. [사진 연합뉴스]

극단 번작이 단원으로 활동할 당시 A 대표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페이스북 게시글 캡쳐. [사진 연합뉴스]

22일 김해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조 대표는 지난 2004년부터 최근까지 김해의 일부 학교에서 방과후학교 강사를 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학교만 중학교 4곳이다. 김해교육청은 이들 학교를 중심으로 조 대표가 강사로 활동한 적이 있는 학교를 파악해 조 대표의 수업 기시, 내용, 수강 학생 정보 등을 전부 확인해 추가 피해 사례가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방과후학교의 경우 강사 외 교사 또는 학부모도 참여하게 돼 있는데, 당시 조 대표와 같이 수업한 교사를 상대로 당시 문제는 없었는지 등도 함께 살펴보기로 했다.

당시 방과후수업은 대부분 교실에서 이뤄졌지만, 공연 리허설 등이 필요할 때 극단에서도 수업이 진행된 것으로 교육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성폭력 이미지. [중앙 포토]

성폭력 이미지. [중앙 포토]

현재까지 조 대표와 관련해 미투(#Me too) 운동에 동참한 피해자 일부는 과거 학교를 통해 극단 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어서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 대표의 성폭행 의혹이 가장 처음 제기된 건 지난 18일이다. 김옥미(26)씨는 익명게시판인 서울예대 대나무숲에 중학생이던 16세 때, 방과후 수업으로 연극부에 들어갔다가 연극 연출가인 조 대표에게 성폭력을 당한 내용을 올렸다. 이후 실명으로 된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 한번 피해 사실을 알렸고, 조 대표에게 피해를 본 세 명의 사연을 대신 올리기도 했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미투 운동, 특히 이윤택 연출가에 대한 피해자들의 고백을 보면서 내가 당한 일을 거울로 다시 보는 것 같았다”며 “또 다른 피해자가 없게 하기 위해서, 미처 목소리 내지 못한 후배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교육지원청 관계자 “조 대표는 서류와 면접, 성범죄 조회 등 정상 절차를 거쳐 채용됐다”며 “피해자 중 일부가 방과후학교 수업을 들었던 학생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연극에 꿈이 있어 정규 수업 시간 외에도 극단에서 더 활동한 아이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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