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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심한 등락장세…전도불투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전국이 총선의 회오리에 휘말렸던 지난 1주일은 증시로서도 사상 최대의 폭락과 폭등의 격류 속에 방향감각을 잃고 표류한 어려운 시기였다.
정치권이 여소야대의 일찌기 경험하지 못한 난기류에 진입, 아직 전도를 가늠할 수 없는 오리무중의 상황인 만큼 정국의 추이에 민감한 증시의 향방은 앞으로도 속단을 불허하는 난해한 국면이 지속될 것 같다.
총선이 끝난 다음날 종합주가지수로 25.97포인트나 떨어졌던 주가가 28,29일 15∼16포인트씩 오르는 초강세 국면을 보인 것은 증권당국이 내린 규제해제 조치와 제1야당으로 부상한 평민당 김대중전총재의 고주가 긍정발언이 장세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증권당국의 규제해제조치는 정부가 주가하락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돼 고무적인 재료로 받아 들여졌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 대해서는 증시의 자생력을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해온 당국으로서는 너무 성급한 조치가 아니었나하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평가가 나오는 것은 당국이 지난 3월초 종합주가지수가 6백선을 위협받던 상황에서도 규제해제 건의를 묵살했던 일이 있었던 만큼 폭락 하루만에 규제를 풀어버린 조치가 균형을 잃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데다 앞으로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당국이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우려를 바탕에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증시의 수요 진작에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심리효과만을 노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왜냐하면 각 증권회사의 신용한도는 현재 자기자본의 60%이내로 규정돼 있으나 일부대형회사에서 연리 19%짜리 타입자를 끌어다 쓰고 있을 정도로 극심한 자금난 속에 13%짜리 대고객대출을 과연 얼마나 해줄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거의 대부분의 회사들이 여기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L·D·K·H증권 등 중·대형회사들은 규제해제이전의 신용한도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J증권은 오히려 차감 운영할 계획마저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5월 장세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서로 상반되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일반투자가들은 매수·매도를 신중히 하면서 현금비율을 다소 높여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공무원출신인 L모씨(58)는 총선에서 평민당이 제1야당으로 떠오르자 앞으로의 정국불안과 금융거래실명제 등의 실시를 우려, 가지고 있던 대우증권과 현대건설·대한항공 등 2천여주를 몽땅 하한가에 처분했다.
그러나 불과 3일후인 30일 이들 종목은 모두 2천∼3천원씩 주가가 상승, 섣부른 판단으로 L씨는 5백여만원을 손해봤다.
반면 27일 폭락장세 속에서 오히려 「사자」에 가담한 세력은 단기차익을 누렸다.
주가가 여름장마철 날씨처럼 하루사이에 곤두박질과 급상승을 반복하는 시기에는 지긋이 사태를 관망하는 자세가 오히려 안전하다는 전문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봄직하다.
미국·영국·일본등 선진국 증권회사들이 한국 증권시장에 잔뜩 눈독을 들이는 가운데 서울에는 현재 16개 외국회사들이 활동중이다.
이들 회사는 지금은 대개 서울종로 교보빌딩, 소공동 롯데호텔, 을지로 두산빌딩 등에 2명에서 10명까지의 직원을 채용, 우리 나라 경제 및 증시동향을 조사·분석해 본사로 보고하는 정도의 활동을 하고있다.
그러나 회사에 따라서는 한정된 부수의 월보 및 주보를 발행, 투자가들에게까지 접근하고 있고, 지난 81년 맨 먼저 한국에 진출한 일본노무라증권의 경우 앞으로 서울사무소를 지점으로 승격시키고 경제연구소의 별도지점을 개설, 조사업무를 본격화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 <이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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