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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아이셋맞벌이] 동료가, 선배가 사표를…"애들 때문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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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잡지 일을 함께 시작했던 친구가 곧 회사를 그만둔다. 둘째를 임신하고는 입덧으로 힘들어 하더니 큰 결심을 한 것이다. 친구는 막상 그만둔다고 하니 여러 가지 걱정도 많지만 그래도 은근히 전업주부로서의 생활이 기대된다며 좋아했다. 게다가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와 함께하지 못한 것이 많았으니 아이에게 잘해주고 싶다는 부러운 포부도 드러냈다.

"그동안 해 온 것도 그렇고, 고지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아 그만두는 게 아깝기도 했지. 하지만 생각해보니 내 커리어는 몇 년이지만 우리 아이한테는 인생이 걸린 문제더라고."

육아지 기자였던 친한 언니도 이런 말을 하며 2개월 전 일을 그만두었었다. 역시 여자가 일을 그만두는 이유 중에는 아이 문제가 가장 큰가 보다.

하긴 8년째 맞벌이를 하는 나도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를 꼽으라면 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보다는 아이들 때문이 더 많긴 했다. 특히 아이들이 일어나기도 전에 부랴부랴 출근을 해야 할 때나, 우리 아이만 혼자 체육복을 입지 않고 있는 단체 사진을 볼 때면 더 그렇다. 스스로 한심한 엄마처럼 느껴져 '도대체 내가 일을 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 자체가 싫어 '아이 때문에'라는 핑계를 찾고 싶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실제로 셋째를 임신했다는 걸 알고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도 아이 문제보다는 '이제는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시기가 왔나'싶은 생각이 더 컸기 때문이다. 주부지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살림 잘하고, 아이 잘 키우는 것도 나름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 나도 아이 키우면서 내 경력도 쌓을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는데 셋째 임신은 그만두는 적당한 이유가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딸이 번듯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마냥 자랑스러웠던 부모님의 설득으로 그만두지 못했지만. 그리고 우습게도 막상 그만두려니 하고 있는 일이 어찌나 좋아지던지 셋째를 낳고서도 아직까지 일을 하고 있다. 툭하면 애 봐달라 뭐 해달라 주위 사람들까지 피곤하게 하면서 말이다. 요즘엔 솔직히 셋이나 키우면서 일을 하려니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 시간이나 정신도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박미순 레몬트리 기자

◆ 맞벌이 엄마 회사 내 처신술

① 아이 때문에 힘들다는 모습 보이지 않기

특히 미혼인 동료들에게는, 결혼하고 아이 낳아서 힘들다는 모습 대신 씩씩하고 즐거운 모습만 보이는 것이 여러 모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듯 하다. 그들 입장에서는 '나도 애 낳고도 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모범이니까 시기하지 않고, 능력까지 과대평가를 해주는 것 같다.

② 우리 아이만 천재처럼 떠벌리지 말 것

아이를 낳기 전엔 대화의 90%이상을 아이 얘기로만 채우는 사람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낳아 보고 알게 되었다. 아무리 재미있는 드라마가 있어도 아이 얘기를 하는 것보다 재미있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얘기할 때마다 아이의 잘난 모습만을 얘기하면 듣는 사람이 싫어하게 마련이다. 적당히 아이를 바보로도 만들어 가며, 남의 아이 얘기하듯이 하면 조금은 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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