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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의 독립과 사법권 독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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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리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제 103조)”며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법관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다. 사법권은 국민이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최후에 기댈 수 있는 권리 보호자이며 갈등 해결자이다. 만약 판사가 승진이나 보직, 근무평정 등에 더 관심이 많다면, 정치적 압력이나 인간관계에 의해 통제된다면, 재정문제나 사업적 관계에 영향을 받는다면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판결하기 어렵다. 외부 지시나 압력으로부터 구속받지 않아야 국민의 자유와 인권 보호만을 기준으로 판결할 수 있다.

이번 사법부의 ‘판사 뒷조사’ 파문에서 보았듯이 법관 독립을 가장 크게 위협한 것은 법원 외부보다 내부의 권력이었다. 심리적 위축과 부당한 보직 배치는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독립을 위협한다. 그리고 법관의 독립이 약화할수록 사법부 외부의 권력은 법원행정처와 같은 내부권력을 통해 재판에 개입하려 할 수 있다. 사법 폐단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