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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동의 선두 「5대 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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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현대·삼성·럭키금성·대우·선경을 일컬어 「5대그룹」이라 부른다.
이땅의 재계지도를 그려가고 있는 수다한 재벌들가운데 유독 이들만을 5대그룹이란 이름으로 따로 묶어 별격으로 대우하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성과 쇠가 순식간에 뒤바뀌는 냉혹한 재계에서 부동의 선두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저력도 저력이지만 재계전체, 나아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이들의 비중이 워낙 심대하기 때문이다.
격동의 80연대를 지나면서 정치·사회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적지않은 기업들이 방황·탈락했지만 이들 5대그룹의 강고함은 오히려 더해만 갔다.
경제환경의 변화속에서도 이들은 도도한 성장을 지속, 뻗어나는 재계지단의 주역임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5대그룹이 재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가위 압도적이다.
86년의 경우 5대그룹의 매출총액은 43조9천6백억원으로 50대그룹전체 매출액의 58·6%를 차지했다. 부가가치로 따지면 4조8천6백억원으로 50대그룹 전체의 37·2%를 차지했다.
같은해 우리나라의 GNP(국민총생산)규모는 83조8천3백억원. 순수하게 5대그룹이 우리나라 GNP의 5·8%를 생산했다는 계산이다.
더우기 이들과 관계를 맺고 산업생산에 참여하고 있는 수많은 기업들까지 감안할 경우 5대그룹의 나라경제 전체에 대한 기여도는 훨씬 높아진다.
고용측면을 봐도 그렇다. 5대그룹의 직접고용인구는 87년말현재 38만명. 근로자1인당 부양가족수를 4명으로잡을때 결국 1백90만명이 5대그룹서 일하고 받는 급여로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다 5대그룹과 직간접의 관계를 맺고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인구까지 감안하면 5대그룹의 고용효과는 실로 절대적이다.
적자의 생존만이 허용되는 냉혹한 재계에서 선두자리를 고수한다는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들 5대그룹은 남들보다 한발앞서 기업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고, 신속하게 그것을 성장의 기회로 활용해왔다.
신속 과감한 상황판단에 따라 건설에서 조선, 자동차로 그룹의 큰 줄기를 이동시켜온 현대가 그렇고, 80연대들어 전자·반도체·유전공학·항공·우주산업쪽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삼성이 그렇다.
그러나 그룹마다 걸어온 역정이 다르고, 가고있는 길도 다르다.
5대그룹중 계열사수가 많기로는 럭키금성이 으뜸이고, 업종이 다양하기로는 삼성이 단연 으뜸이다.
럭키금성만해도 56개 계열사가운데 21개사가 전기·전자분야에 밀집해 있고, 또 10개사가 석유·유화분야에 집중돼 있다. 이 두분야가 그룹전체 매출의 60%이상을 점유할만큼 럭키금성은 금성사와 호남정유·(주)럭키등 3대주력기업과 그 관련기업을 중심으로 난공불락의 재벌성을 구축한 것이다.
반면 삼성은 37개 계열사중전기·전자분야에 9개계열사가 집중되어 있는것을 빼고는 무역·보험·섬유·제지·중공업·음식료·건설·유통·관광·석유화학·부동산·항공·정밀등 수많은 업종에 걸쳐있다.
경영 다각화와 위험분산이란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업종구성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현대는 몇가지 주력업종을 중심으로 그룹이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럭키금성과 유사하나 현대특유의 독특한 성장패턴을 밟아왔다.
건설·조선·자동차순으로 그룹의 큰 줄기가 이어져 오면서 각 단계마다 연관업종을 그룹내로 끌어들여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그 결과 오늘날 현대의 32개 계열사 대부분이 건설 아니면 조선·플랜트, 또는 자동차분야에 관련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5대그룹중 대우와 선경은 한 업종의 비중이 삼성·현대·럭키금성에 비해 매우 큰편이다.
대우의 경우 무역업이 그룹전체매출의 6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고, 선경의 경우에도 유공이 그룹매출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다. 80년대들어 대우가 자동차·전자·중공업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계속하고, 선경이 정밀화학쪽에 매달리는 것도 그러한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오늘도 5대그룹은 저마다 새로운 분야에 눈을 돌리고, 남보다 한발앞서 흐름을 타기위해 안감힘을 쏟고있다.
현대는 반도쳬·통신·컴퓨터분야로와 뚜렷한 전환의지를 보이고 있고, 삼성과 대우는 우주·항공산업쪽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럭키금성은 유전공학과 첨단소재산업분야로 방향을 잡아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이정도의 그룹별 특징이나 전문화 경향은 이들의 끝없는 확장의욕에 비하면 사실 별게 아닐 수도 있다. 전망이 좋다고 판단이 서는 뉴비즈니스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다.
호텔업이든 전자산업이든 1등을 해야 성에 차고 안심을 할수 있다는게 수성의 상식으로 통한다. 문어발식 기업확장이라는 따가운 눈총정도에 아랑곳할바 아니다. 오히려 우리처럼 기복이 심하고 역동적인 경제구조 속에서는 문어발식 경영은 새로운 활로와 안전판을 제공해주는 가장 효율적인 경영방식으로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정지=퇴락」이라는 공식만큼 우리 재계의 절실한 교훈도 없다. 한발이라도 움직여대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굴러 떨어질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마다 미래산업의 장을 선점하기 위해 피나는 경쟁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그래서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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