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은행 임원이 본인 자녀 면접까지 참여했다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보수 많고 안정적인 은행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신의 직장’으로 통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위해 금융고시반을 운영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런 은행이 ‘그들만의 리그’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됐다. 금융감독원이 11개 민간 은행의 채용 비리를 검사한 결과 ‘금수저’ 우대와 청탁·편법이 난무했다. 은행 인사담당 임원이 본인 자녀의 면접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했고 이 자녀는 고득점으로 합격했다. 전직 사외이사 자녀는 서류 합격자 수를 늘리는 편법으로 혜택을 받았다. 사외이사의 지인은 전형 공고에도 없는 ‘글로벌 우대’로 필기와 1차 면접을 통과했다. 이런 사례를 포함해 22건의 채용 비리 정황이 수사기관에 이첩됐다. 채용 비리는 지난해 이광구 당시 행장이 자진 사퇴했던 우리은행만의 일이 아니었다. 은행 2곳은 우리은행처럼 사외이사·임직원·거래처의 자녀·친인척·지인들을 따로 관리했다.

은행뿐만이 아니다. 강원랜드와 우리은행·금융감독원의 채용 비리가 불거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공공기관 채용 비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의 상징”이라며 공공기관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그 결과 기획재정부는 275개 공공기관의 최근 5년간 채용에서 2234건의 문제를 적발했고 행정안전부는 지방 공기업에서 1476건의 채용 비리를 밝혀냈다. 대통령 지시 후 두 달 만에 수천 건의 문제가 드러날 정도로 반칙과 특권이 만연하고 있었다.

지난주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각 부처가 청년 일자리 문제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껏 만들어진 일자리에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앉느냐도 중요하다. 은행과 공공기관 채용 비리는 기회가 평등하지도, 과정이 공정하지도, 결과가 정의롭지도 않았음을 만천하에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