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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권·반군 앞날 모두 불투명|소군 철수 이후의 아프간 사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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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소련군 철수를 오는 5월15일로 못박음으로써 아프가니스탄 반군과 현정권의 앞날, 주변 정세, 미-소 관계의 발전 등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UN중재 하의 아프가니스탄 사태 해결은 지난해 「고르바초프」가 주둔군 철수 의지를 밝히면서 본격화되었지만 막바지 단계에서 미국 측이 소련이 현 카불 정권에 군사 원조를 계속하는 한 미국도 반군 측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주장하면서 막바지에서 타결을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나지불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7일 회담을 갖고 협정 조인의 장애 요소가 제거되었다고 발표하면서 평화적 해결의 희망을 보였다.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현 카불 정권과 반군에 대한 군사 지원의 동시 중단이 어떤 형식으로 타협을 봤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소련 측이 철수 일정을 잡은 이상 미국 측도 어느 정도 양보하는 선에서 제네바 협정이 조인될 것으로 보인다. 미-소 관계를 비롯한 동서 진영의 화해 분위기에 또 하나의 긍정적 요소가 추가된 셈이다.
79년 12월 소련군이 침공하면서 대외적으로 이미지를 손상시켜온 소련은 「고르바초프」 집권 후 대외 관계 개선과 국내 경제 부흥을 위해 11만5천명의 병력을 철수 할 필요성을 느껴왔다.
그러나 소련이 철군을 하면서도 사회주의 국가들간에 동맹국을 버린다는 인상을 불식하고 또 이웃 아프가니스탄에 소련에 적대적이지 않은 정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소련판 월남전을 바라는 미국이 협상 막판에 군사 원조 문제를 들고 나온 것도 바로 이러한 소련의 약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UN중재의 평화 안은 소련군의 철수, 비동맹,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자결권 등을 보장해 난민들이 자유 의사로 귀국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평화 안이 8년간 계속되고 있는 내전의 종식에는 미흡한 점이 있어 소련군 철수 후 아프가니스탄 국민간에 내란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반군 측은 협상 당사국에 포함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부군과 반군에 대한 무기 공급이 계속될 소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미 파키스탄에 거점을 둔 반군 연합은 제네바 협정을 무시하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히고 있는 형편이다.
이 점에서 미국이 주장한 쌍방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보다 파키스탄 측이 내세운 협정 체결 전 과도 정부 수립이 내전 종식에는 더욱 더 긴요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반군 측도 소련군 철수라는 명분을 위해서는 합심해 저항하고 있지만 소련군 철수 후 정권 정취를 위해서는 분열할 가능성이 짙고 이들이 지원 받는 나라도 미국·중공·이란 등 여러 나라이기 때문에 평화적 정권 수립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소련이 현 아프가니스탄 정부 수뇌들에게 망명을 권유한다는 미국 측의 보도가 나오는 등 마치 미국이 월남을 떠나던 상황과 같다고 미국 측은 사태를 보고 있지만 소련이 제네바 협정을 성사시킨다면 일단 현재 아프가니스탄 정권의 국제적 승인을 얻는 효과를 누려 앞으로 전개될 평화 정착 과정에서 우위를 누리게 된다.
소련은 아프가니스탄과의 지리적 이점과 아울러 반군들간의 분열을 이용할 때 여전히 아프가니스탄에 소련에 우호적인 정부를 유지할 수 있게 되며 그동안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문제가 됐던 중공 및 회교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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