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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국정원 특활비로 'MB 청와대 핵심' 정조준 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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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오른쪽)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이야기를 나누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

이명박 정부 시절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오른쪽)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이야기를 나누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사가 박근혜 정부를 넘어 이명박 정부로 향할까.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 압수수색 #원세훈 원장 시절 특활비 전달 정황 #검찰 관계자, "아직수사 초기일 뿐"

일단은 지난 9년간 보수정권 청와대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그렇지만 검찰이 의심하는 이명박 정부의 특활비 전용(轉用) 구조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대통령 요구로 특활비를 '상납' 받은 박근혜 정부처럼 직접 대통령을 겨냥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12일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김백준(78) 전 대통령실 총무기획관과 김진모(52) 전 민정2비서관, 김희중(50) 전 제1부속실장의 자택·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재임했던 2009년 2월 이후 국정원이 특수활동비를 공적 업무 이외에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자금이 불법적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전달된 단서를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기획관은 자타 공히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검사 출신의 김진모 전 비서관은 2009~2011년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때부터 손발을 맞춰온 김희중 전 실장은 2008년부터 4년간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이번 사건이 박근혜 정부 때와 달리 원 전 원장의 개인적 상납일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은 수사 초기 단계”라며 “우선은 원 전 원장의 개인비리 혐의를 보던 중 단서가 포착된 것일 뿐이며 계속 수사를 해봐야 알 수 있는 사항”이라고 말을 아꼈다. 일부 비서관들이 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을 뿐 다른 청와대 수석들과 이 전 대통령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MB정부 시절인 2011∼2012년 국정원 자금 200만달러(약 20억7800만원)를 빼돌려 미국 스탠퍼드대학에 보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의 돈은 국정원 해외공작금인데, 검찰은 이 자금이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을 경유해 스탠퍼드대의 한 연구센터로 보내진 정황을 포착했다.

원세훈(오른쪽) 전 국정원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 직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원세훈(오른쪽) 전 국정원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 직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검찰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인사들이 받은 국정원 특활비의 전달 경로를 대략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수사에 나선만큼 압수물 분석과 관계자 소환 등을 통해 특활비 전용의 전모를 파악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36억5000만원을 뇌물로 챙겼다고 결론내리고 박 전 대통령과 이재만ㆍ안봉근ㆍ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기소한 바 있다. 또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요구해 특활비를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미 구속수감 중인 원세훈 원장에 대한 검찰의 압박 수위도 더욱 높아졌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원 전 원장이 향후 국고손실 혐의 재판에서 유죄를 받을 가능성에 대비해 지난 4일 추징보전 명령을 청구했다. 법원에서 추징보전이 받아들여지면 원 전 원장은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부동산 매매·증여는 물론 주식 등 유동자산 역시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목적 외로 쓴 돈이 국정원 예산 65억원 상당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국고손실이 난 65억원에 대한 추징보전을 청구했고, 현재 원 전 원장 재산에서 해당 금액을 찾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논란과 관련,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은 "청와대가 국정원 특활비를 갖다 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것은 물론 상당히 화를 냈다고도 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목표는 뻔한 것 아닌가. 이 전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고야 말겠다는 것"이라며 "해가 바뀌어도 문재인 정권의 집요함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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