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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프롬 베이징] 중국과 미국의 모바일 결제, 승부는 여기서 갈렸다

중앙일보

입력

 전 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의 성장이 더딘 이유는 미국 때문입니다. 전 세계 ICT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이 부진하니 모두가 느려져 버린 것이죠. 앞으로는 중국식 모바일 결제 습관이 전 세계를 바꿔나갈 것입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모바일 결제 스타트업 씨트콘(Citcon) 황춘보(黄春波) 창업자의 말이다.

씨트콘은 지난 2015년 창업했다. 올해로 2년 차 스타트업이다. 그런데 미국 내 씨트콘을 통해 결제된 누적 금액은 벌써 수억 달러에 육박한다. 지금까지 결제 파트너십을 맺은 유명 브랜드 숫자도 1000곳을 넘어섰다.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중국 내 7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를 미국 전역에 깔고 있는 것이다. 타깃은 매년 300조 원이 넘는 돈을 소비하는 중국 관광객들이다. 그다음 목표는 미국 현지 결제 시장이다. 결국은 중국식 모바일 결제 습관이 미국은 물론 글로벌 결제 시장을 바꿀 수 있다는 게 황 창업자의 주장이다.

지난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T-edge(주최: TMTpost) 포럼에 참석한 황춘보 CEO [사진: TMTpost]

지난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T-edge(주최: TMTpost) 포럼에 참석한 황춘보 CEO [사진: TMTpost]

지난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T-edge(주최: TMTpost) 포럼에서 황 CEO는 “중국이 왜 미국보다 모바일 결제가 빨리 성장했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이하 황 CEO의 발표 내용이다.

중국과 미국의 차이는 어디서 났을까?

지난 2007년 미국에서 첫 번째 아이폰이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모바일 결제가 만들어질 수 있는 기반이 생긴 것입니다. 세계적인 결제 사업자들이 모바일 결제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자, 마스터카드, 애플, 구글 등이 대표적이죠. 이들은 상당히 공격적으로 모바일 결제에 투자했습니다.

미국은 모바일 결제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8~2009년 이미 본격적인 모바일 결제 서비스 개발을 진행 중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지난 10년 미국을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실제 모바일 결제가 도입되는 속도는 상당히 느렸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애플 페이 역시 금방 한계를 만났습니다.

데이터를 보겠습니다. 전체 아이폰 사용자의 30%만이 실제로 애플 페이 계좌를 개통했습니다. 그리고 이 30% 중에서도 10명 중 7명은 단 한 번만 사용하는데 그쳤다고 합니다. 삼성 페이나 안드로이드 페이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아왔죠.

중국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출처: 바이두 백과]

중국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출처: 바이두 백과]

그런데 중국에서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미국보다 늦게 모바일 결제 시장이 열렸지만 성장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위챗페이와 알리페이의 사용자 수는 6~7억 명에 육박합니다. 반면 미국의 최대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페이팔은 막 2억 명을 넘었습니다. QR코드 결제로 대표되는 중국 모바일 결제의 위력이었습니다.

단순히 규모뿐만이 아닙니다. 깊이도 달랐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의 결제 습관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죠. 2016년 중국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총 거래액은 5조 5000억 달러에 육박합니다. 미국의 50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그렇다면 중국과 미국의 차이는 어디서 나왔을까요?

첫째. 해법입니다. 미국의 모바일 결제 회사들은 모바일 결제를 실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모바일 결제 방안이 없습니다. 온라인은 온라인대로, 오프라인은 오프라인대로 이뤄지고 있죠. 반면 중국의 기업들은 QR코드 결제라는, 온-오프라인에서 완전히 똑같이 사용이 가능한 솔루션을 고안해냈습니다. 이것이 모바일 결제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추진력이 됐습니다.

둘째. 애플, 구글 등 모바일 분야 강자들은 기본적으로 NFC 기술(10cm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서 다양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 기술. )을 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년의 경험이 증명하듯 NFC의 보급 속도는 우리의 예상에 크게 못 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미국의 기업들은 이 같은 상황을 바꾸고자 하는 의욕이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NFC는 이제 오히려 모바일 결제의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셋째. 미국은 모바일 결제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응용 서비스가 중국에 비해 부족합니다. 모바일 결제를 쓸만한 '대상'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죠. 중국에서 모바일 결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모바일 차량 호출 서비스 ‘디디추싱’과 메신저로 돈을 간편하게 주고받는 ‘훙바오’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가 쓰고 싶었고, 이를 위해 자연스럽게 모바일 결제와 친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현재 중국에서는 모바일로 결제가 이뤄지는 새로운 서비스들이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씩 출시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애플과 페이스북이 이 같은 응용 서비스들을 내놓고 있지만 성과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넷째, 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배경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적입니다. 또한 이를 다른 결제 수단으로 바꾸고자 하는 수요도 크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중국의 모바일 결제가 성장한 시간보다 한참 긴 기간 동안 신용카드 시장이 발전해왔기 때문입니다. 몇십 년 동안 신용카드를 중심으로 한 결제 생태계가 완벽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급하게 모바일 결제로 바꿔야 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현재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의 성장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오로지 국내 시장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미국의 모바일 결제는 속도는 느리지만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통용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영향력을 놓고 보면 중국을 크게 앞서고 있는 것이죠.

사실상 미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과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은 맞닿아있는 부분이 하나도 없습니다. 단순히 “중국이 미국보다 모바일 결제 시장이 발전했다, “중국이 미국보다 빠르다” 등으로 현상을 설명하는 게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중국식 모바일 결제 습관이 글로벌 시장을 변화시킬 것이다.

생각을 좀 더 확장해 봅시다. 앞에서 말했듯 미국은 글로벌 IT 산업의 룰세터입니다. 그런데 국내 시장의 확장 속도는 빠르지 않습니다. 주도권을 잡고 있는 미국이 느리다 보니 전 세계 시장의 보급도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T-edge(주최: TMTpost) 포럼 [사진: 차이나랩]

지난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T-edge(주최: TMTpost) 포럼 [사진: 차이나랩]

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중국의 사례를 미국에 적용시켜보면 어떨까? 미국을 통해 중국에서 성공한 모바일 결제 습관을 전 세계로 퍼뜨리는 것이죠.  꿈같은 얘기라고요?

모바일 결제가 보급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게 바로 ‘통로’ 입니다. 모바일 결제가 기존의 시장을 파고들 수 있는 입구가 필요한 것이죠. 중국에서는 디디추싱과 훙바오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중국의 여행객들이 바로 이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 상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 13년 꾸준히, 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매년 미국에서 수조원이 넘는 돈을 쓰고 있습니다. 미국 내 전체 관광객 소비의 61%를 차지하는 규모입니다. 이제 중국 없이는 미국의 관광시장을 얘기할 수 없는 정도입니다.

현재 미국에서는‘차이나 레디’라는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더 많은 중국 관광객들이 몰려들 것을 대비해, 중국인들에게 맞는 소비 인프라를 미리 구축해 놓자는 것이죠. 이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게 바로 모바일 결제입니다. 중국 내 모바일 결제에 익숙한 중국 관광객들이 미국에 간다고 갑자기 신용카드를 쓸까요? 미국에서도 모바일 결제를 사용하고 싶은 욕구는 상당할 것입니다.

현재 씨트콘이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이것입니다. 중국인들이 미국에서도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를 쓸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죠. 씨트콘은 지난 2017년 미국에서 비(非) NFC 모바일 결제 사업을 시작했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불과 반년 만에 미국의 수천 개가 넘는 유명 브랜드를 유치했고, 100곳이 넘는 금융 기관, 업체와 결제 파트너십을 구축했습니다. 누적 결제액도 수억 달러를 넘어선 상태입니다.

베이징=차이나랩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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