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15년간 어린이 프로 한 우물…EBS 뚝딱이 아빠 김종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EBS ‘딩동댕 유치원’에서 도깨비 ‘뚝딱이’(右)의 아빠로 나오는 개그맨 김종석씨. [사진=김성룡 기자]

개그맨 김종석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도 한때는 성인 개그의 중심에 서 있었다. 1980년대 '청춘 만만세' '일요일 밤의 대행진' '폭소 대작전' 등을 통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는 '어린이'라는 화두에 매달린다. 92년 EBS '딩동댕 유치원'에 출연하면서부터는 성인 대상 프로그램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딩동댕 유치원'에서 그의 역할 '뚝딱이 아빠'를 모르는 어린이는 거의 없을 정도다.

이런 그가 전문성을 인정받아 정식 교수가 됐다. 이번 봄학기부터 경기도 양주 서정대학교 유아교육학과의 조교수로 임명된 것이다. 연기자가 겸임교수 형식으로 연기를 가르치는 경우는 간혹 있다. 그러나 출연 경력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정식 교수가 된 예는 거의 유례가 없다. 때문에 연예인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15년 넘게 한 우물만 판 결과가 아닐까요. 어린이용 프로그램은 어린이가 처음 접하는 미디어입니다.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현실에선 방치돼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 이 길을 걷기로 했고, 보람이 넘칩니다."

이번 학기에 가르치는 과목은 유아 음악교육. 그는 평소 아이들의 놀이와 음악 교육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실제 그는'펀(fun)교육'주창자다. 부모가 아이와 즐겁게 놀아줘야 아이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누구나 이런 사실을 알지만 잘 실천하지 못한다. 많은 부모가 편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컴퓨터 게임 등을 묵인한다. 아이가 조용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을 깨야 합니다. '놀이'하면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과일이 눈에 띄면 과일 놀이를 하고 설거지 거리가 있으면 설거지 놀이를 하면 됩니다. 아이들의 겨드랑이를 간질여 보고, 엉덩이를 두드리며 칭찬해 보세요. 아이들이 금방 달라집니다."

이런 그의 전문성이 한순간에 형성된 건 아니다. 무대 뒤에서 그는 더욱 바빴다. 현재 그는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아동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또 중앙대에서 광고학 석사를, 동국대에서 아동연극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국어 2급정교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외국어 공부도 해 영어로도 MC를 볼 수 있을 정도다.

"전 연예인이 사회에서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대중에게 영향력이 크니까요. 그러나 '얼굴 마담'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랑인 것 같지만, 전 늘 책과 신문을 가까이 합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책을 보고 잠이 듭니다."

김씨는 자신의 나이를 밝히는 법이 없다. 사생활도 공개하지 않는다. 어린이에게 신비한 캐릭터로 남고 싶기 때문이다. 또 그의 집에는 화려한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가 500벌, 기기묘묘한 모양의 모자가 250개, 독특하게 생긴 안경이 200개 정도 있다. 산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직접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은 프로로서의 자존심이다.

"프로는 늘 준비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기회가 온 만큼 열심히 하겠습니다. 방송 활동과 이론을 결합시켜 새로운 연예인의 길을 열겠습니다."

글=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