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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 방지가 더 중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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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호 31면

외국인의 눈

“우리나라가 더 발전하려면 일본에서 봤을 때 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지난 21일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서울 특파원이 보는 한국’을 주제로 강연했다. 담당 선생님은 학생들로부터 미리 질문을 받아 나에게 전해 주었다. 강연 나가기 전에 봤던 많은 것 중에 제일 인상적이었던 게 이 질문이었다. 거의 똑같은 질문이 몇 개 있었다.

내 고등학교 시절 관심사와는 아주 달랐다. 그때 나는 방과 후 활동과 연애에 바빴다. 나라의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한국은 한 단계 더 높게 올라가겠다는 열망이 넘치는 나라다. 한국 언론은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칼럼이나 사설, 기고로 가득하다. 외교부터 교육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전문가들이 각종 세미나와 토론회를 열면서 더 나은 국가 발전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해야 한다”로만 끝나는 것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번 제천 화재에 관한 여러 가지 논의를 보면 다시 같은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한국에서 대형 사고가 일어났을 때 정치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의례히 먼저 내세우는 것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물론 그건 분명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다시는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빨리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더 절실할 것이다. 누구에게 책임이 있느냐는 것에 관심이 집중되면 감정적으로는 조금 시원할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계속 미뤄진다.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세월호 사건과 제천 화재를 둘러싼 논란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사고 다음 날 진도체육관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과 제천 화재 현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가족에게 접근하는 방법은 다소 달랐다. 하지만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에 즉각 착수하도록 만들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라는 느낌이 들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람은 모두 다 실수를 하고 “설마”하는 상황에 빠질 때가  있다. 그때 누군가의 탓만 할 것이 아니라 그 후의 대책을 어떻게 내세우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17년 마지막인 오늘 하루, 내년 2018년이 더 나은 해가 되기 위해 나의 지난 1년을 되돌아보려고 한다.

오누키 도모코
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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