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공제회 이해 못 할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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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있는 아시아드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전경(사진위)과 2003년 9월 이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오픈 대회 장면. [중앙포토]

한국교원공제회가 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 파문'에 연루된 R회장이 경영하는 Y제분에 투자하면서 외자유치 실패로 주가가 하락하는데도 주식을 계속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7일 "교원공제회가 이해할 수 없는 투자를 했다"며 "Y제분의 주가 받쳐 주기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권 의원은 공제회가 제공한 자료를 근거로 "공제회는 지난해 9월 9일부터 10월 13일까지 12차례에 걸쳐 Y제분의 주식 76만3100여 주 35억61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며 "당시는 Y제분이 외자유치에 실패한 직후여서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시점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초 2000원대에 머물던 Y제분의 주가는 5월 13일 미국 동부 연기금 1000만 달러를 유치한다는 언론 보도 이후 2달여 만에 6100원(7월 19일)까지 급등했다. Y제분은 8월 13일 외자유치 협상 결렬을 선언했고, 이후 주가는 3160원(8월 31일)까지 떨어졌다. 공제회가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이후 Y제분의 주가는 상승 바람을 타 10월 17일에는 6130원을 기록했다. 공제회는 이날 3만여 주(약 1억8000만원어치)를 팔았다.

이에 대해 교원공제회 측은 "외자유치 실패를 심각한 악재로 판단하지 않았다"며 "이후 주식 매입도 장기 기관투자자로서는 당연한 행위"라고 권 의원 측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권 의원은 "주가가 곤두박질치는데도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교원공제회가 Y제분의 주가를 받쳐준 것은 아닌지 금융감독원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제회가 현재 보유 중인 Y제분의 지분은 7.96%다. 공제회는 현재 회사 대표 R씨(34.9%), 대표의 특수관계인인 또 다른 R씨(8.58%)에 이어 이 회사의 3대 주주다. 교원공제회는 1일 총리와 골프를 함께 친 이기우 교육부 차관이 2004년 2월까지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기관이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2004년 7월까지 이사장으로 재직했으며, 주식 매입은 재직 이후인 지난해 5월 이뤄졌다"며 "주식이나 금융상품과 관련한 모든 결정은 자금운영부장이 한다"고 말했다.

공제회도 이날 의혹이 커지자 해명서를 냈다. "현재 삼성전자 등 55개 종목에 9638억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Y제분 투자도 정상적인 투자의 일환"이라며 '순수한 투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증권시장에서는 기관투자자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Y사는 장부 실적은 좋아도 주가 조작에 연루된 전력 등이 있어 기관투자가의 선호 종목은 아니다"라며 "중소기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도 다루지 않는 종목이어서 지난해 추천 보고서는 단 한 건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이 보고서도 공제회의 의뢰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손익에 대한 평가도 분분하다. 공제회 측은 "108억 정도를 투입해 지난해 10억3400만원의 수익을 올렸고 2억원의 배당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보유 중인 지분까지 포함하면 손실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제회 측은 보유한 160만 주의 평균 매입단가가 3890원이라고 밝혔다. 7일 종가는 3025원이었다. 주당 865원, 모두 13억8000만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올린 수익을 모두 상쇄하고도 부족하다.

공제회 관계자는 "주식 투자의 손익은 실제로 주식을 매도한 뒤의 실현이익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오늘 떨어졌지만 당장 내일 오르면 반전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Y제분의 지분율을 9% 이상 보유했던 것도 의문이다. 한 증시 관계자는 "기관투자자의 경우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도 잘 않지만 지분율을 그렇게까지 끌어올리는 경우도 드물다"고 말했다. 공제회 측은 "워낙 작은 주식이기 때문에 조금만 투입해도 5%룰이 적용된다"며 "현재 29%의 지분이 있는 주식도 있다"고 해명했다.

최현철.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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