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단체여행 금지한 산둥성 “이유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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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국 산둥(山東)성이 내년 1월 1일부터 한국 단체관광 전면 금지를 각 여행사에 통보한 사실이 확인됐다.

여행사 소집해 “1월부터 전면금지” #중국 외교부 “관련 사항 모른다” #청와대 “단체관광 금지 사실 아니다”

복수의 여행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산둥성은 20일 오후 칭다오(靑島)와 옌타이(煙臺) 등 지역별로 관내 여행사들을 소집해 회의를 개최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한국행 여행을 전면 금지한다”고 통보했다. 21일 오전에는 웨이하이(威海)에서 회의가 소집됐고 일부 지역은 같은 방침이 구두로 통보됐다. 이번 금지 조치는 기한을 지정하지 않아 별도 통보가 있을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베이징 여유국은 이미 지난 19일부터 여행사의 단체관광 승인 신청을 일절 받지 않고 있으며, 신청을 낸 일부 업체도 22일 출발분부터 승인을 거부당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베이징에서도 조만간 여행사들을 소집해 한국행 여행 금지를 통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 관광객의 한국 여행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국내 관광·여행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이미 계약된 단체관광에 대해서도 줄줄이 취소 통보가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공개적으로는 보복성 금지 조치를 내린 적이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관광 축소(2016년 11월)-전면 금지(올 3월)-부분 해제(11월)-재금지(12월)의 전 과정도 대외적으로 공표되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이뤄졌다.

“베이징도 곧 여행사 소집해 … 한국행 금지 직접 통보 예상” 

특정 국가에 대한 보복성 금지는 국제규범에 반하므로 공개적으로는 이런 조치를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광 금지와 관련해) 알지 못한다”고 대답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중국 측의 이번 금지 조치 이유는 미스터리에 가깝다. 한·중 정상회담 전후의 양국 관계 개선 분위기와 반대 흐름이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이후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따라서 사드 관련 ‘적절한 처리’나 ‘실질적 조치’를 압박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들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과는 상관없는 행정적 차원의 조치인지가 불분명하다.

산둥성 여유국 직원은 여행사 측이 한국 관광을 재중단하는 이유를 묻자 “이유는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딴소리를 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21일 “중국 외교 당국은 관련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바, 관련 동향에 대해 보다 면밀히 계속 파악·분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더구나 청와대는 각 여행사에 통보된 중국 측의 단체관광 중단 조치를 부인하기까지 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단체관광을 중단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사실 관계 확인을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동안 막혀 있던 관광이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꺼번에 재개되면서 중국인 관광이 과열되는 상황이라고 한다”며 “이에 따라 중국 정부 입장에선 일부 ‘속도 조절’은 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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