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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실적 보답 대거 승진-대기업 올봄 정기인사 안팎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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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대그룹을 마지막으로 주요대기업그룹의 올해 임원급 정기인사가 모두 끝났다.
두드러진 특징은 대부분의 그룹들이 예년의 인사 폭을 훨씬 웃도는 대폭 인사를 단행했으며, 승진인사에 중점이 두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의 넉넉한 경영실적에 대한 보상의 성격도 있지만 90년대를 내다보는 장기포석의 의미도 읽을 수 있다.
공채출신이 회장까지 오르는 등 공채출신에 의한 전문경영시대가 본격 개막됐다는 것도 주목된다.
그런가하면 일부그룹에서는 창업2세의 실세화가 눈에 띄기도 한다.
이번 인사에서 그룹별 회장제나 부회장제가 재계의 새로운 패턴으로 정착되어가고 있는 점도 특징이랄 수 있다.
○…삼성· 현대·두산그룹 등이 창업이래 최대의 승진인사를 단행했으며, 럭키금성·선경·효성·쌍룡·코오롱그룹 등의 인사폭도 예년규모를 웃돌았다.
현대는 승진 1백84명을 포함해 1백86명이라는 대규모인사를 했고, 삼성도 승진 1백45명을 포함해 인사 폭은 1백66명이나 됐다.
현대의 정세영 회장이나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경영대권을 물려받고 처음 단행하는 그룹인사인 만큼 변화보다는 승진을 통한 체제확립과 사기진작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의 경우 그룹 임원 중 절반 가량인 52명에 대한 인사가 단행됐는데 거의가 승진 케이스.
○…현대건설의 이명박 사장이 입사 12년만인 지난 77년 사장에 승진한 이후 또다시 11년만에 현대건설 회장에 오름으로써 이 회장은 초고속 사장승진에다 공채출신 회장시대 개막이라는 또 하나의 신화를 추가한 셈.
삼성의 경우도 공채출신의 최고경영자 승진이 두드러진다. 이필곤 삼성물산사장, 김정배 삼성전관사장, 장경환 삼성중공업 사장 등 전문경영인이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삼성은 공채 6기인 이필곤 사장이 그룹 간판 격인 삼성물산을 맡아 공채 6기 시대를 열었다.
효성도 허정욱 효성물산 부사장과 박상천 부사장을 각각 사장으로 승진시켜 전문경영체제를 보강.
허 사장은 지난 65년 입사 ,40대 최고경영자로 발탁된 것이고 박사장도 68년 입사, 20년만에 사장에 올랐다.
한국화약도 공채1기인 박원배 한양화학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진로그룹은 회장에 창업주인 고 장학엽씨의 2남인 장진호 부사장이 취임, 창업2세 체제를 정식 출범시켰다. 장 회장은 지난 84년 당시사장인 사촌형 장익룡씨와 경영권분쟁을 벌인 바도 있지만 사실상 그동안 부사장으로 경영실권을 행사해오다 이번에 회장으로 전면에 나선 것.
럭키금성은 구자경 회장의 다섯째 동생인 자극씨가 기획조정실전무, 구태회 고문의 장남 자홍씨가 금성사 전무, 허준구 부회장의 장남 창수씨가 럭키금성상사의 전무로 승진,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돌임.
선경은 최종현 회장의 형인 고 최종건 회장의 강남 윤원씨가 선경합섬 부사장으로, 둘째 신원씨가 선경합섬이사로 각각 승진, 후계체제와 관련해 관심을 모으고있다.
○…기업별 부회장제나 회장제가 정착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창업 공신에 대한 예우라는 측면과 인사숨통을 튼다는 의미도 있다.
럭키금성의 경우 구자두 금성사 (정보통신부문)사장이 희성산업 부회장으로 추대된 것이나 백석주 한국광업제련사장, 김영호 금성정밀 사장이 각각 부회장으로 추대된 것은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나게 함으로써 인사숨통을 튼 케이스.
또 선경도 유석원 (주)선경사장과 신광균 워커힐호텔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지난해 선경합섬부회장에 오른 정찬주씨와 함께 부회장이 5명에 달해 기업별 부회장제가 점차 정착되는 단계.
○…대부분이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한데 비해 대우그룹은 소폭인사를 해서 눈길.
이와 관련 지난2월부터 실시되고있는 임원급에 대한 안식년휴가를 놓고 그룹 내에 갖가지 소문이 무성한 상태.
여하튼 김우중 회장의 「감량경영」의지가 이번 인사에·반영됐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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