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지점 댄스'로 오! 필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질서정연하고 일사불란한 길거리 응원을 선보였던 국내 네티즌들이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응원 준비에 한창이다. 이름하여 '꼭지점 댄스'응원. 영화배우 김수로(33)가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선보인 이 춤을 '월드컵 공식 응원댄스'삼아 다시 한번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해보자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앙골라와의 국가대표 축구평가전이 열렸던 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북측 광장. 경기가 시작되려면 아직 멀었건만 광장을 가득 메운 1000여 명의 움직임은 벌써 심상치 않다.

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광장에서 '꼭지점 댄스'를 추고 있는 축구팬들. 배우기 쉽고 여럿이 즐기기 좋아 월드컵을 앞두고 화제가 되고 있다. 강호정 대학생사진기자

"자, 갑니다. 음악 주세요"란 외침과 함께 다함께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태극기 망토를 걸친 아저씨, 붉은 티셔츠를 입고 머리엔 삼순이 식 붉은 양머리 수건을 쓴 여학생, 금발머리의 외국인 처녀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척척착착 신나게 손과 발을 흔든다.

'클론'의 월드컵송에 맞춰 '꼭지점 댄스'를 추는 이들은 회원 66만여 명의 국내 최대 축구카페 '아이러브사커'와 '비보이'카페 등 10여 개 카페 회원들.

이날 신명나는 춤으로 대표팀을 응원한 것은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오후 6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월드컵 D-100'특집행사에서는 클론.쥬얼리.NRG 등 인기연예인들이 무대에서 꼭지점 댄스를 추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또 이날 오전 11시11분11초에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다음 카페 '사이버의병' 회원들이 일제히 애국가에 맞춰 꼭지점 댄스를 추고 만세삼창을 하는 '플래시 몹'이벤트를 했다. 플래시 몹이란 불특정 다수가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 약속된 행사를 하는 것. 신세대들이 즐겨 벌이는 이벤트에도 꼭지점 댄스가 사용된 것이다.

'꼭지점 댄스'는 1월 31일 KBS-2TV 오락프로그램 '상상플러스'에 출연한 김수로가 "서울예대 시절 친구들과 추던 춤"이라며 소개하면서 알려졌다. 이날 김수로는 이휘재.탁재훈.정형돈 등과 함께 피라미드 대형으로 서서 '허슬'과 비슷해 보이는 군무(群舞)인 '꼭지점 댄스'의 유래를 코믹하게 들려주었다.

"월드컵 때 다 같이 이 춤을 추며 응원하면 좋겠다"는 정형돈의 말이 방송을 타고 나간 이후 '꼭지점 댄스'에 대한 네티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월 7일 만들어진 '월드컵06김수로꼭지점댄스공식카페(cafe.daum.net/summitdance)'는 3일 오후 9시 현재 8만8450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싸이월드 '꼭지점 댄스로 월드컵 응원(club.cyworld.com/worldcupdance)'에도 하루 200~300명씩 회원이 늘고 있다.

인터넷에서 '꼭지점 댄스'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관련 정보가 줄을 잇는다. 김수로의 방송출연 동영상이 곳곳에서 소개되는 것은 물론 여기에 윤도현의 '오 필승 코리아'음악을 입힌 동영상이 큰 인기를 끌었다. 네티즌들이 직접 만들어 올린 춤 강의 동영상, 마돈나의 뮤직비디오와 합성한 동영상 등도 화제가 됐다. 관련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김평수(27.SK커뮤니케이션즈 주임연구원)씨는 자신이 직접 자취방 친구들과 동영상을 만들어 올린 경우. 그는 "요즘 길거리에서 누가 춤을 추면 주변 사람들이 다 따라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며 "3월부터는 종로구청의 협조를 얻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회원들과 격주로 춤 연습 모임을 열 생각"이라고 밝혔다.

나이트 클럽이나 댄스 학원에서도 이미 최신 유행댄스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강원도 철원의 한 전방부대에서는 아침 점호시간과 일과시간 이후를 이용해 부대원들이 이 춤을 추도록 하고 있어 화제가 됐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꼭지점 댄스의 열풍에 대해 ▶누구나 따라하기 쉽고 ▶혼자 또는 여럿이 함께할 수 있는데다 ▶단순하고 경쾌해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는 점을 인기 이유로 꼽았다.

'월드컵06김수로꼭지점댄스공식카페'를 만든 박소영(16.대구 도원중3)양은 "지금은 10대, 20대가 많지만 나이 드신 분들도 동참해 이번 월드컵 때는 이 춤으로 온 국민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게시판에는 '꼭지점 댄스를 월드컵 공식 응원춤으로 만들자'는 한 네티즌의 요청에 대해 6만여 명이 넘는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월드컵 경기 기간 중 전국 곳곳에서 '꼭지점 댄스'로 응원하는 장관이 펼쳐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생기고 있는 것이다. 2002년 온 국민이 하나가 됐던 기억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네티즌들은 이제 '꼭지점 댄스'로 확 풀어버릴 기세다.

정형모 기자

꼭지점 댄스는 이렇게

1. 준비

우선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린다. 시선은 45도 각도로 아래를 본다. 리듬에 맞춰 한쪽 팔을 살짝 흔들면서 한쪽 다리도 쿵쿵쿵 돌아가며 찍어 준다.

2. 첫 번째 동작

전주가 시작되면 팔과 다리를 흔들다가 노래가 나오면 앞으로! 하나(왼발), 둘(오른발), 셋(왼발), 넷(오른발 살짝 앞차기) 하면서 전진한다. 넷 다음엔 후진한다. 이후 90도 방향을 틀어 같은 동작을 한 바퀴 돌며 반복한다.

3. 두 번째 동작

팔과 손가락.시선을 45도 위로 향하면서 옆으로 쭉 나간다.

4. 세 번째 동작

발로 다이아몬드(마름모)를 그린다. 즉 오른발로 왼발의 왼쪽을 강하게 찍고, 왼발을 다시 오른발의 왼쪽으로 놓은 다음 오른발을 오른쪽으로, 왼발을 왼쪽 뒤쪽에 떨어뜨린다. '강약약약' 느낌으로 마름모를 만든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이때 팔은 쇼트트랙 선수처럼 쭉쭉 뻗는다. 고개를 하나에 '샥'하고 돌리는 게 포인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