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중립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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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우리 경찰의 위신과 신뢰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어 나라의 전반적인 민주화추진과 함께 경찰 역시 새롭게 태어나야 할 필요성을 누구나 절실히 인정하고 있다.
지난날 개헌, 호헌의 정치적 갈등속에서 경찰이 야당당사를 포위하는가 하면 각종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 최일선에 나서 국민적 저항감을 유발했던 것은 다 아는 일이다.
권양 성고문이 자행되고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까지 터짐으로써 전경찰총수를 비롯한 다수 경찰간부들이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으니 경찰의 이미지는 떨어질대로 떨어졌다. 게다가 격증하는 각종 범죄에 대응하는 경찰능력은 늘 시민을 실망시켜 국민의 기본권과 안전, 재산을 보호한다는 경찰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다고 보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우리 경찰이 왜 이런 상황에 빠졌는가. 그 가장 주된 이유는 한마디로 경찰이 당연히 있어야 할 자기 자리에 있지 못하고 정권안보의 도구로 이용됐기 때문이다. 소위 시국치안에 매달려 본래 임무는 소홀히 할 수밖에 없게 되고, 정당성을 상실한 정권유지적 역할을 하면 할수록 경찰의 신뢰는 떨어졌던 것이다.
경찰의 이런 모습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는 일이다. 곧 제6공화국이 출범하고 민주화물결이 사회 구석구석까지 밀어닥치고 있는 터에 경찰이라고 이 대세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경찰대를 졸업한 초급 경찰간부들과 재학생들이 집단적으로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주목할만하다.
이들은 지난날을 반성하고 고문을 사과하면서 진정한 민주화의 실현을 위해서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이 선항돼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의 주장은 당연한 것이다. 비록 이들이 경찰관 신분으로 내부절차에 의하지 않고 집단적으로 의사를 대외에 발표한 것은 모양이 안좋지만 경찰의 정치적 중립요구와 신분보장, 자질향상 등에 관한 그들의 인식은 이시절 경찰 자신의 발전과 나라의 민주화 방향과 부합된다. 엄격한 기율밑에 있는 이들이 이런 방법으로 그들의 의사를 밝힌 것을 보더라도 이 문제가 얼마나 절실한가를 .알 수 있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와 운영의 개선이란 두가지 측면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우선 정치적으로 임면되는 내무부장관 산하에서 경찰이 독립적인 공안위원회 같은 기구밑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경찰관의 정치관여 금지를 경찰공무원법에 명시토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제도적 장치도 중요하지만 실제 경찰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제도적으로 독립을 보장하더라도 권력층의 간섭을 자초하거나 권력에 영합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중립화의 실은 거둘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권력도 경찰본연의 임무에 대한 자각과 정치이용의 유혹을 억제할 수 있어야 하지만 경찰 스스로도 오랜 관행이 돼온 파당성의 체질을 개선해야한다.
많은 경찰관들이 어려운 여건예서 고생하면서 본연의 임무에 노력하고 있는데도 오늘날 경찰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낮고 부정적인 현실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보장을 위한 획기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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