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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조와 같이 공소보류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마유미」로 알려졌던 KAL기 858편 폭파범 김현희(26)가 북괴의 대남 특수공작원임이 밝혀짐에 따라 김의 법적 처리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정법상 김에게 적용될 수 있는 법조는 국가보안법, 형법상의 항공기 파괴치사상, 항공법상의 항공상 위험발생죄 등으로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김을 단순 형사범으로 처벌, 극형에 처하는 것보다 살려두고 계속 활용하는 것이 국익이나 외국과의 관계 등 정책적으로 훨씬 효과적이라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의견.
다만 1백15명이란 엄청난 인명피해로 유족이나 피해자들의 법 감정과 다른 사건 범인들과의 형량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통치권적 차원에서 살려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이 범죄자인만큼 사법적 처리 절차는 안 할 수 없는 입장. 입건조차 않고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방법도 있지만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검찰 등 법조계에서는 김을 불구속입건, 「공소보류결정」을 내려 처리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
공소보류란 무엇이며 이밖에 김의 신병이 처리될 수 있는 가능성을 알아본다.
◇공소보류=검사가 피의자의 정상을 참작, 기소를 보류하는 제도로 국가보안법 위반자에 대해 작량감경(작량감경) 사유를 참작, 공소제기를 보류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국가보안법 20조). 작량감경 사유는 ▲범인의 나이·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이 있다.
「1·21사태」때의 김신조도 불구속상태에서 공소보류결정을 받아 자유의 몸이 됐었고, 현재 주로 전향한 간첩에 대해서만 공소보류결정을 내려 공범검거·반공교육 등에 활용하고 있다.
공소보류는 검찰에 송치된 후 검사가 하는 것으로 보류결정 후 2년이 지나면 공소권이 없어지며, 법무부장관은 이 기간중 공소보류된 자가 감시·규칙 등에 위반하면 공소보류를 취소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같은 범죄사실로 재구속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소보류는 일단 입건으로 시작되나 아직 김은 입건조차 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신병처리까지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
결국 김은 불구속 입건되어 조사를 받은 후 검찰에 기록만 송치되어 공소보류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많다. 불구속사건의 경우는 구속사건처럼 법정처리시한이 없기 때문에 여론·국제관계당사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서둘러 처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속기소=일반 형사범과 같이 구속기소-공판-형사처벌 할 수도 있으나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 경우 김이 국가보안법 피의자이므로 국가안전기획부가 수사·구속한 후 검찰에 송치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 피의자의 구속기간은 송치전 10일(10일 연장가능), 기소전 10일 (20일 연장가능)로 구속 후 50일 이내에 기소해야 한다.
육영수여사 저격살해범 문세광 (당시23세)이 여기에 해당된다. 문은 74년8월15일 범행 후 국가보안법·내란목적살인·반공법 등이 적용돼 구속 기소됐으며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돼 범행 4개월5일만인 12월20일 교수형이 집행됐었다.
그러나 김현희의 경우 검찰관계자들은 문세광처럼 형사처벌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김은 북괴의 꼭둑각시나 도구에 불과한데다 반공정책상의 국익·국제적인 시선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김을 단순히 극형에 처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의미가 없으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게 중론이다.
◇김의 신분=김은 현재 국가안전기획부에 「보호」중인 상태라고 검찰은 설명하고 있다. 아직 입건되지 않았으므로 「피의자」 신분은 아니라는 것. 다만 국내에 마땅한 거소가 없고 북괴의 보복이나 국민들의 감정 등을 고려해 「신병을 보호중」이라는 설명. 바레인으로부터 신병인도 직후에는 김이 환자이기 때문에 「치료중」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검찰은 김현희도 김신조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 적응하려면 4∼5년 이상 걸리고 당분간은 감시 보호아래 생활해야 할 것으로 보고있다.
또 일단 사상적으로 전향한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에 부모와 가족이 남아있는 등 갈등이나 심경변화 요소가 많아 안정을 찾을 때까지는 특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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