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회의적 환경주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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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후반부터 사람들은 수십년 내에 열대우림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50년 4천24만㎢로 추정했던 세계의 산림면적은 94년에도 4천3백4만㎢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또 환경주의자들은 50년 전 미국에서 각종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21만1천명이었으나 98년에는 54만명으로 1백50% 늘었다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인구증가와 평균 수명 연장을 감안하면 인구 1천명당 암 사망률은 1% 남짓 늘었을 뿐이며 비흡연자의 경우만을 따지면 오히려 30%나 줄어들었다.

통계학자인 덴마크 오르후스대학의 비외른 롬보르(39)교수는 '회의적 환경주의자'에서 환경주의자들이 제시하는 각종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통념과는 반대되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그는 "월드워치연구소.그린피스.세계자연보호기금(WWF) 등 환경단체와 시사평론가들이 지구 종말의 날이 멀지 않았다는 비관론을 유포하고 있으며 언론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비관적인 통계를 받아 확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을 "낙관주의도 비관주의도 아닌 회의적인 환경주의자"라며 "환경오염과 인류복지에 대해 아직 좋다고는 할 순 없지만 상황은 분명히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롬보르는 2천여개의 참고문헌과 2천9백30개의 주석,1백70여개의 도표를 담은 1천72쪽(영문 원서 5백15쪽)의 방대한 이 책을 통해 나름대로 '정확한' 환경실상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지구온난화 문제의 실상을 보자. 선진국이 교토(京都)의정서에 따라 온실가스를 2012년까지 1990년 대비 5.2% 더 줄이더라도 2094년에 도달할 온실가스 농도를 2100년으로 겨우 6년 늦출 뿐이라는 입장이다.따라서 온실가스 감축에 들어갈 연간 9천억 달러의 비용을 차라리 온난화 피해를 입을 개발도상국을 직접 지원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간 4만종의 생물이 멸종한다는 환경주의자들의 추정치도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는 전체 3천만 종의 0.7% 가량인 4천2백여종이 사라질 뿐이다.

식량이 부족하리라는 전망 또한 빗나갔다는 분석이다. 1961년 개도국 주민들은 평균 1천9백32칼로리를 섭취했으나 1998년에는 2천6백63칼로리로 38%나 증가했다. 물 부족도 문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바닷물의 담수화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오히려 물 부족은 환경 문제가 아니라 빈곤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대기오염 역시 아황산가스에 관한 한 현재 영국 런던의 공기는 16세기 이후 가장 맑다. 유럽의 삼림 중에서 산성비의 영향으로 죽은 것은 전체의 0.5%이하다.

이처럼 롬보르는 "거의 모든 환경지표에서 인류의 운명은 밝아지고 있으나 과학자 집단.환경단체.언론매체가 부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환경에 대한 그릇된 시각을 갖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환경 문제처럼 지극히 중요한 이슈에 대한 논의가 사실보다 허구에 의존한다면 그것은 결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이익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롬보르의 도발적인 문제 제기는 2001년 책이 나오자마자 서구 언론매체의 관심을 모았고 환경주의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과학잡지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2002년 1월호)에서는 네명의 전문가가 등장해 롬보르의 책에 반박했다.

환경학자들은 "롬보르 자신이 환경전문가가 아니라고 한 것 외에는 모두 거짓말"이라는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특히 "환경주의자들의 노력 덕분에 환경문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롬보르가 자신의 결론을 뒷받침하는 자료만 선택하거나 자기의 구미에 맞게 변형.왜곡했으며 일부러 낡고 잘못된 수치를 골라내 도마 위에 올렸다고 비난했다.

그럼에도 "가장 정확한 정보를 얻어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에 노력을 집중할 수 있다"는 롬보르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미 도그마에 젖은 환경주의자들이 갈수록 고단위의 적신호만 찾는 반면 개선되고 있다는 청신호를 애써 외면하고 있지나 않는지 되돌아보는 계기는 제공한 셈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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