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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씨, 오마이뉴스에 107억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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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왼쪽)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14일 도쿄에서 제휴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제공]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가 한국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100억원대의 투자를 한다. 또 시민기자제를 주축으로 한 '일본판 오마이뉴스'도 올해 안에 출범한다. 한국 언론사가 거액의 외자 유치에 성공하고, 나아가 언론 모델까지 수출하는 건 처음이다. 이 같은 투자와 변화는 모두 세계화 전략에 기초한다. 언론학자들은 한국 저널리즘이 이데올로기 논쟁에서 벗어나 '글로벌 스탠더드'로 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세계화를 위한 외자 유치"=합작 논의는 지난해 9월 시작됐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세 차례 만나 '저널리즘의 세계화'에 뜻을 같이했다. 이번에 소프트뱅크가 투자하는 금액은 모두 1100만 달러(약 107억원). 이 중 520만 달러(51억원)는 오마이뉴스에 대한 직접 투자다. 이를 통해 소프트뱅크는 오마이뉴스의 지분 12.95%를 소유하게 된다. 오마이뉴스는 이 돈을 인터넷 TV 시스템을 확충하고 영어판 오마이뉴스를 키우는 데 쓸 계획이다.

나머지 580만 달러(56억원)는 3월 초 출범할 일본 내 합작법인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에 투자된다. 이 법인의 지분은 70%를 오마이뉴스가 갖는다. 법인은 8월 이전 일본인 시민기자들이 참여하는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 재팬'을 창간한다. 오연호 대표는 22일 "외자 유치는 세계화를 향한 전략이며, 기존 언론들에도 긍정적인 자극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 코리아 이성 이사는 "한국 저널리즘의 세계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 "미디어 산업, 세계 경쟁력 갖추자"=오마이뉴스의 세계화 전략은 한국 미디어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수주의나 이데올로기 논쟁을 한 단계 뛰어넘는 의미가 있다. 세계적으로도 연대와 세계화는 하나의 흐름이다. 스페인 진보 미디어 그룹인 엘 파이스는 최근 프랑스 좌파 고급지인 르몽드에 투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진보 진영에선 그간 국제 자본 유치나 국제 네트워크를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2004년 루퍼트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이 위성방송 스카이 라이프에 투자하려고 했을 때 정치.언론계의 반대로 좌절된 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마이뉴스가 '세계 시민기자'를 외치면서 세계로 향하는 건 과거 폐쇄적인 진보와는 차별화한 태도다.

많은 언론학자는 "한국의 언론 경영 모델이 한류처럼 세계화하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한다.

숙명여대 안민호(언론정보학) 교수는 "인터넷 강국 한국이 새로운 뉴스 모델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큰 의미를 띤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 각계에선 "한국 미디어 산업이 세계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 소프트뱅크는=재일동포 사업가 손정의씨가 대표로 있으며 자산 규모 20조원에 전 세계 800여 개 계열사가 있는 세계적인 기업. 일본의 최대 포털 사이트인 야후 재팬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20일 한류 스타 배용준씨와 함께 국내 문화 콘텐트 사업 투자에 나서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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