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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출판사 첫 책] 대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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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깔있는 책들은/ 전통문화와 민속에서부터/ 오늘의 현대 문물과 생활문화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골고루 다룸으로써/ 한권 한권이 쌓여/ 마침내 빛깔있는 가정 도서관을/ 이루게 됩니다.'

대원사의 '빛깔있는 책들'시리즈로 묶이는 책의 앞날개에 적힌 문구다. 한국문화를 알기 쉽게, 한눈에 쏙 들어오게 만들어 독자들에게 전하겠다던 창립자 고(故)장상문 회장의 초심(初心)은 이렇듯 고고했다.

1992년 장회장의 타계로 대원사의 경영이 아들 장세우(54.사진) 사장으로 넘어간 뒤에도 이 출판사의 우리문화 사랑은 흐트러짐이 없다. 그 빛깔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원사의 출판등록일은 1988년 3월. 직후 창작동화와 '중국문화 중국정신'같은 번역서가 나왔지만 그야말로 땀과 정성을 쏟은 첫책은 그 이듬해 5월에 선보인 '빛깔있는 책들' 시리즈 32종이었다. 불과 1년 5개월만에 '짚문화''유기''소반'등을 한꺼번에 쏟아냈으니, 장 회장이 출판사를 열기 오래 전부터 기획을 해두지 않았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빛깔있는 책들'은 장회장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기획이었다. 멕시코 및 유엔 주재 한국대사 등을 지낸 장회장은 평소에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싶어도 이렇다할만한 책이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당시 이 시리즈를 도맡았던 조은정 한남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는 "장회장께서는 일본 출판사들이 자잘한 생활문화까지 전하려는 노력에 감명을 받으신 것 같았으며 책의 힘을 굳게 믿었다"고 전했다. 일본 호이큐샤(保育社)의 시리즈 '컬러북스'가 모델이었다.

조교수에 따르면, 기획 초기에 '팔리지 않을 걸 왜 써나'라는 이들이 많아 원고 청탁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나중에는 필자로 나서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장회장은 '보는 책'의 시대를 열겠다는 다짐으로 전체를 컬러로 하고, 장사가 아닌 문화사업을 한다는 자부심에서 책값을 싸게 책정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책값을 권당 1천5백원으로 하겠다던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못했다. 배 가까운 2천8백원으로 정했다. 질좋은 사진, 깔끔한 편집, 오자 없는 책을 추구하다보니 제작비가 예상을 훨씬 초과했던 것이다.

이 시리즈가 우리 출판사에 미친 영향은 참으로 컸다. 우리 저자를 발굴하고,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한편으로 영상시대에 맞춰 보는 책의 시대를 본격 연 것이다. 그런 업적이 평가 받아 1990년에 문화부장관 감사패를 받고, 1996년에는 출판계 처음으로 제15회 세종문화상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 시리즈는 5백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2백52권이 독자들을 찾았다. 민속.고미술.불교문화.음식 일반.건강식품.즐거운 생활.건강생활.한국의 자연.미술일반.역사 등 10개 분야로 나누고 있다.

장세우 사장은 "'빛깔있는 책들'을 외국에도 소개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펴고 있다"면서 "번역물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가급적 국내 저자의 저술에 주력하면서 학계의 연구성과를 대중 속으로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사장은 92년 당시 운영하던 제조업체도 그대로 두고 6년전부터는 강남에 진솔문고까지 경영, 혼자 3개의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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