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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총기난사범, 5년전 의붓아들 두개골 골절

중앙일보

입력

텍사스 교회내에서 총기를 난사해 26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총격범이 전처와 의붓아들을 심하게 폭행했던 전과가 드러났다.

야수의 본능을 드러냈던 사실 드러나 #텍사스주 "가정문제로 26명 목숨 앗아가 " #지난 6월 워터파크에서도 해고, 분노폭발 #공군서 전과기록 누락, 총기소지 가능해져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총격범 데빈 패트릭 켈리(26)는 뉴멕시코주 홀로몬 공군기지에서 복무하던 2012년 전처와 의붓아들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폭행의 정도가 너무 심해 어린 의붓아들의 두개골이 골절될 정도였다고 당시 공군 검사장이었던 퇴역 대령 돈 크리스텐슨은 밝혔다. 크리스텐슨은 “켈리가 당시 의도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다고 인정했다”면서 “그때 이미 야수의 본능이 꿈틀댔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켈리는 결국 12개월 구금선고를 받았고, 형을 살고 나온 이후 2014년 공군에서 불명예 제대했다. 켈리는 2014년 4월 텍사스 주에서 이번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있는 대니얼 리 실즈와 재혼했다.

총격범 데빈 패트릭 켈리. [AP=연합뉴스]

총격범 데빈 패트릭 켈리. [AP=연합뉴스]

텍사스주 공공안전국의 프리먼 마틴 국장은 이날 CNN 방송에 “켈리에게는 가정문제가 있었으며, 그의 장모가 다니던 교회를 목표로 삼았다”면서 “켈리의 장모 또한 그에게서 여러 통의 위협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켈리의 장모는 사건 당일 교회에 오지 않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대신 켈리 아내의 할머니인 룰라 화이트(71)가 이날 교회에서 비명에 생을 마감했다. 결국 켈리는 장모가 교회에 갔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무차별 사격을 해 애꿎은 동네주민들이 희생된 셈이다. 사망자 가운데에는 생후 18개월도 포함됐다고 주 경찰은 밝혔다. 전날 최연소 사망자가 5세 아이라고 했다가 18개월로 정정했다. 조 태킷 윌슨 카운티 보안관은 사망자 26명 중 절반인 12~14명이 어린이라고 밝혔다.

텍사스주 수사당국이 사건현장인 침례교회 앞에 걸린 성조기를 조기로 바꿔달고 있다. [AP=연합뉴스]

텍사스주 수사당국이 사건현장인 침례교회 앞에 걸린 성조기를 조기로 바꿔달고 있다. [AP=연합뉴스]

CNN 등에 따르면 켈리는 지난 6월 야간경비를 서던 워터파크에서도 해고되면서 자신의 인생을 망친 외부요인으로 장모를 지목하고, 장모에 대한 분노를 키워온 것으로 조사됐다. 켈리는 총기를 난사하고 교회 건물에서 나온 뒤 이를 보고 대응 사격한 주민 조니 랑겐도르프와 스티븐 윌퍼드의 총에 맞았다고 주 당국은 밝혔다. 몸싸움 끝에 총을 놓친 뒤 자신의 차를 몰고 도망친 켈리는 랑겐도르프와 윌포드의 추격으로 시속 150㎞를 넘게 달리다 차의 중심을 잃고 멈춰섰다. 켈리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 뒤 스스로 총을 쏴 목숨을 끊었다고 주 당국은 설명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켈리가 총기를 난사한 텍사스 주 서덜랜드 스프링스의 교회에서 루거 AR-556 소총 1개가, 켈리의 차량에서 권총 2개가 각각 발견됐다. 이는 모두 켈리가 직접 구매한 총이라고 사법 당국은 밝혔다. 켈리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사들인 총 4개를 보유했으며 이 가운데 2개는 텍사스에서, 또 다른 2개는 콜로라도에서 구매했다.

데빈 켈리와 총격전을 벌이고 추격한 마을 주민 조니 랑겐도르프. [AP=연합뉴스]

데빈 켈리와 총격전을 벌이고 추격한 마을 주민 조니 랑겐도르프. [AP=연합뉴스]

미 NBC방송과 버즈피드뉴스는 이날 미 공군이 켈리의 폭력 범죄 기록을 데이터베이스에 기입해 넣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켈리가 복무한 뉴멕시코 주 홀로먼 공군기지 요원이 미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운영되는 국가범죄경력조회시스템(NICS)에 그의 전과 기록을 입력하지 않은 사실이 조사 결과 밝혀진 것이다. 만약 공군기지 요원이 당시 제대로 전과기록을 입력했더라면 켈리가 총기를 구입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헤더 윌슨 공군 장관과 국방부 감사관실은 켈리의 전과 기록 누락 경위에 대해 전면 조사를 벌이도록 지시했다.

텍사스주 수사당국이 사건현장인 침례교회 앞에 걸린 성조기를 조기로 바꿔달고 있다. [AP=연합뉴스]

텍사스주 수사당국이 사건현장인 침례교회 앞에 걸린 성조기를 조기로 바꿔달고 있다. [AP=연합뉴스]

켈리를 알던 친구들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친구 패트릭 보이스는 ”그는 내가 만난 첫 무신론자였다“며 ”(총격) 뉴스를 듣고 깜짝 놀랐다. 아이가 하나인가 둘 있었는데 그런 짓을 할 거라 믿지 못했다. 조용하고 풀이 죽어 있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구는 켈리가 매사에 부정적이었고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였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에는 켈리가 기이한 면모를 보였다는 지인들의 전언도 올라왔다. 최근에 범행에 사용한 총과 유사한 AR 계열 소총을 페이스북의 대문 사진으로 올려놓기도 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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