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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식 높이는 성탄절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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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5일은 기독교 최대명절인 예수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리는 성탄절이다.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민주화 쟁취와 대통령선거과정을 통해 한껏 고조됐던 교회의 정치적 관심이 연장된 시대인식을 바탕으로 예수의 탄생을「정의와 평화의 소식」으로 받아들이면서 공동체의식을 다지는데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따라서 각 교회와 성당·기독교단체 등이 마련한 성탄행사 프로그램의대부분은 간소하고 기독교문화의 한국적 정착을 지향한게 두드러진 특징이다.
각층 성탄행사들이 특히 유의하고있는 점은 소비지향적이고 흥청거리는 연말의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한해를 보내는 차분한 회고와 새해의 삶을 살아갈 의욕을 북돋울 희망을 간직하는 계기가 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올해의 성탄절 분위기는 대통령선거후의 정국변화에 대한 관심과 허황된 낭비를 자제하려는 추세, 높아진 민족주체의식에 따른 기독교문화의 토착적 수용자세 등을 배경으로 한 새로운 현상이다.
공동체의식을 다지기 위한 행사로는 전교인이 참여하는 포크댄스나 오붓한 음악회·성극 등이 펼쳐진다.
서울의 수도교회와 초동교회 등은 24일 저녁 전교인이 참석하는 성탄예배를 드린 후 여신도주관의 포크댄스·모임별 성탄극·음악회·칸타타·뮤지컬·복음성가 공연 등의 각종 행사를 갖는다.
또 일부 교회에서는 교인들간의 친교와 신앙실천의 결단을 더욱 다지는데 초점을 맞춘 행사들을 필치기도 한다.
서울 향린교회와 작은교회는 부서별 장기자랑·불우이웃돕기 특별헌금 모금·신앙결단의 시간 등을 갖고 예수탄생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며 기독인으로서의 나아갈 길을 다짐한다.
이들 교회들의 성탄절 축하행사는 과거의 요란한 축제적 행사보다는 전교인이 함께 참석, 그리스도 공동체의 의미를 느끼고 내세 지향적인 신앙자세를 탈피, 오늘의 사회속에서 한 알의 밀알이 돼 세상을 변혁하고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초석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역동적 신앙자세를 정립하려는 몸부림으로 받아들여진다.
서울 연동교회와 연예인교회 등도 이 같은 성탄행사의 분위기를 대표하는 프로그램들을 마련, 24일 저녁 합동축하예배 후 축하음악회, 부서별 연극·무용잔치 등의 가볍고 즐거운 행사들을 펼친다.
천주교 성당들도 대체로 조용하고 간소한 행사들로 성탄을 축하한다.
서울의 각 본당들은 특히 연중 계속해온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구제프로그램들을 크리스마스에 맞추어 절정을 이루면서 이웃돕기 헌금을 모으는데 역점을 둔다.
기독교문화의 한국적 정착을 지향하는 성탄행사로는 이미 한국국악선교회가 지난달 말 국악성가발표회·가야금 병창 등을 횃불합창단과 공동출연으로 펼친다.
이번 성탄을 계기로 화려한 축제형식의 행사나 새벽 골목을 누비는 성가대의 요란한 성탄전도는 자취를 감추고 가족이나 교회 교우들과 함께 간소하고 절제된 성탄을 보내려는 풍조가 뿌리를 내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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