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철수 반대한 존 베시 … ‘백선엽 한·미 동맹상’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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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존 베시 예비역 육군 대장. [사진 국방부]

존 베시 예비역 육군 대장. [사진 국방부]

1977년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해 이를 그만두게 하고, 한·미연합사령부를 창설해 한·미 동맹의 기반을 단단히 다진 존 베시(사진) 예비역 대장이 ‘제5회 백선엽 한·미 동맹상’을 받는다. 국방부가 주관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백선엽 한·미동맹상은 한·미 동맹 60주년을 맞은 2013년 만들어졌다. 한·미 동맹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큰 미국인 1명이 매년 수상자로 선정된다.

작년에 숨져 자녀가 대신 수상 #“아버지는 한국군 존경하고 사랑”

베시 예비역 대장은 지난 2016년 8월 18일 고향인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사망했다. 그래서 그의 차남인 데이비드 베시 부부가 아버지를 대신해 한·미동맹상 메달, 감사장과 함께 중앙일보가 지원하는 상금 3만 달러(약 3400만원)를 받는다. 시상식은 27일 오후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한·미 동맹 만찬에서 열린다.

2016년 타계한 존 베시 예비역 대장을 대신, 27일 수상하는 차남 데이비드 베시 부부. [조문규 기자]

2016년 타계한 존 베시 예비역 대장을 대신, 27일 수상하는 차남 데이비드 베시 부부. [조문규 기자]

카터 전 대통령이 77년 주한미군 철군계획을 발표했을 때 베시 예비역 대장은 주한미군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을 함께 맡고 있었다. 그는 미 의회 청문회에 나가 한국에서 미 지상군을 철수하는 것은 한반도의 전쟁 위험성을 높이는 일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그의 아들 베시는 “아버지의 의회 청문회 증언은 매번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고 기억했다. 또 74년부터 논의한 연합지휘체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78년 한·미연합사령부 창설에 이르게 했다. 그는 초대 연합사령관에 올랐다.

그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카터 대통령은 79년 주한미군 철군 계획을 보류했다. 이 때문에 미운털이 박혀 당초 차기 육군참모총장이 유력했지만 육군참모차장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81년 취임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베시 예비역 대장을 눈여겨 봐 82년 합동참모의장에 임명될 수 있었다. 그는 3년 임기를 마친 85년 퇴역하면서 46년간 군 생활을 마무리했다. 아들 베시는 “아버지는 평생 한국과 한국민, 한국군을 존경하고 사랑했다. 그래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 직(職)을 걸었다”고 전했다.

심사위원회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점점 더 높아지고, 한·미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협의하고 있는 시점에서 베시 예비역 대장의 전략적 혜안과 통찰력, 리더십을 재조명하고 교훈을 되새기는 일이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하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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