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사망 관련, 구은수 등 4명 불구속 기소…“조이스틱도 고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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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울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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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년 가까이 잡고 있던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수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백 농민을 쓰러뜨린 살수차는 수압 제어장치가 고장 난 상태로 시위 진압에 투입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살수차로 고 백남기 농민을 직사살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은수 당시 서울경찰청장(현 경찰공제회 이사장)과 신윤균 서울경찰청 제4기동단장(현 경찰청 성폭력대책과장), 살수차 운전요원이던 최모·한모 경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사진 서울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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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에게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살수차 운용과 관련하여 직접 지휘·감독 책임이 없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진동)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 전 청장과 신 전 단장, 그리고 당시 살수차 운전요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고 백남기 농민은 2015년 11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해 경찰의 물대포를 정면으로 맞고 쓰러진 뒤 두개골 골절로 치료를 받다가 지난해 9월 25일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유족들은 민중총궐기 대회 당시 경찰 지휘부를 구성한 강 전 청장과 구 전 청장을 포함해 경찰 관계자 7명을 살인미수(예비적 죄명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2015년 11월 14일 서울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전남 보성군 농민회 고 백남기 농민씨에 경찰이 멈추지 않고 물대포를 쏘고 있다. 제52회 한국보도사진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사진 한국사진기자협회]

2015년 11월 14일 서울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전남 보성군 농민회 고 백남기 농민씨에 경찰이 멈추지 않고 물대포를 쏘고 있다. 제52회 한국보도사진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사진 한국사진기자협회]

 검찰은 민중총궐기 때 한·최 경장은 ‘직사 살수 때는 안전을 고려, 가슴 이하를 겨냥한다’는 내용의 경찰 살수차 운용 지침과 달리 백씨의 머리에 2800rpm의 고압으로 13초 가량 직사 살수를 하고, 넘어진 후에도 다시 17초 가량 직사 살수를 한 것으로 조사했다.

 또 CCTV 모니터를 면밀히 관찰하거나 확대해 현장 상황을 살피지 않고 지면을 향해 살수를 시작해 서서히 상향하는 등으로 가슴 윗부위에 직사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등 주의 의무를 게을리 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살수차 ‘충남9호’는 살수포를 좌우로 이동시키는 조이스틱과 수압을 3000rpm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게 제어하는 장치가 고장 나 있었던 사실도 밝혀졌다. 검찰은 다만 당시 백씨에게 제한 대상인 3000rpm 이상의 강한 물줄기가 발사됐는지는 증거가 부족해 판단하지 못했다.

 검찰은 “구 전 청장이 서울경찰청장으로서 살수 승인, 혼합 살수의 허가, 살수차 이동·배치를 결정하는 등 집회 관리에 대한 총 책임자로서 현장지휘관과 살수차 운전요원을 지휘·감독해야 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 의무가 있다”면서 “그 의무를 게을리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단 강 전 청장의 경우에는 “민중총궐기 집회 경비와 관련이 없어 현장지휘관과 살수차 운전요원 등을 지휘·감독해야 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위법한 직사살수에 대한 지휘·감독상의 과실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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