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무너질 때마다 조명받는 '캡틴박'의 활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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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출범 이후 처음으로 유럽 원정 평가전에 나선 신태용호는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치른 내년 월드컵 개최국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2-4로 완패했다. 그리고 지난 10일 스위스 빌 비엔에서 맞붙은 1.5군 전력의 모로코에 1-3으로 패하며 축구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한국 축구가 무너질 때마다 조명받는 '캡틴박'의 소름돋는 활약

모로코전에서 패배한 뒤의 한국 국가대표, 박지성 [연합뉴스]

모로코전에서 패배한 뒤의 한국 국가대표, 박지성 [연합뉴스]

신태용호도 핑계는 있다. 완벽한 전력이 아니었다는 것. 월드컵 최종예선 과정에서 조기소집에 협조한 K리그 팀들에 대한 배려로 대표선수 23명 전원을 해외파로만 꾸렸기 때문이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9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에서 내달 열릴 유럽 원정 러시아와 모로코(유력)의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 발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9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에서 내달 열릴 유럽 원정 러시아와 모로코(유력)의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 발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다 보니 풀백 자원 부족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변형 스리백' 전술로 두 차례 원정 평가전을 치렀다.

결국 이번 원정 2연전에서 대표팀은 '전술 및 용병술 실패·자신감 추락'이라는 씁쓸한 결과만 얻었다.

그러나 자원 부족과 전술 실패는 전문가를 비롯하여 축구 팬들의 이해를 바라기에 충분치 않았다.

전문가 및 축구 팬들은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주로 지적했다.

안정환 2017년 FIFA U-20월드컵 홍보대사 위촉 당시. [중앙포토]

안정환 2017년 FIFA U-20월드컵 홍보대사 위촉 당시. [중앙포토]

황선홍 FC서울 감독은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한 상태가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했고, 안정환 해설위원은 "지더라도 할 만큼 하고 져야 하는데 선수들이 좀 더 부딪치고 다가가는 게 필요하다. 축구가 안 돼도 이렇게 안 될 수 있나 싶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신태용 감독도 원정 경기를 떠나기 전 인터뷰에서 "감독도 중요하지만, 선수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네티즌들은 모로코전 이후 "이것이 한국 국가대표로서 가져야 할 '적극성, 자신감'이다"라며 '캡틴박' 박지성의 활약상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하고 있다.

큰 관심을 모은 활약상들 중 두 가지를 꼽아 봤다.



1. 2010년 5월 24일 남아공 월드컵 평가전 일본전

남아공 월드컵 전 마지막 평가전에서 박지성은 일본을 상대로 6분 만에 단독 돌파로 골을 터뜨린 뒤 '산책 세레머니'를 선보였다. 화려하지 않게 천천히 뛰며 일본 홈 관중과 눈을 맞추는 모습은 한국 축구팬에게 잊지못할 '쾌감'을 선사했다.

일본전 박지성의 활약.

일본전 박지성의 활약.

이뿐만이 아니다. 네티즌들이 주목하는 장면은 또 있었다. 박지성의 '끈기'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다.

박지성은 일본 선수와의 몸싸움에 밀려 넘어졌다. 박지성이 넘어진 것을 확인한 일본 선수는 한국 진영으로 공을 천천히 끌고 왔지만, 곧바로 일어나 뛰어온 박지성의 태클에 힘없이 공을 내줘야만 했다. 공을 한번 뺏겼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공을 뺏어낸 박지성의 모습에 한국 축구 팬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2. 2011년 아시안컵 이란전

2011년 열린 아시안컵 8강 이란전에서도 박지성은 다른 선수들의 귀감이 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연장 전반 5분, 전반부터 경기에 뛰었던 박지성은 힘이 들 법도 했지만 역습 기회를 잡은 이란 선수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이란전에서 박지성의 활약.

이란전에서 박지성의 활약.

이란 선수보다 한참 뒤에서 출발했지만 정확한 태클로 공을 빼내 공격 기회를 쉽게 내주지 않았다.

결국 연장 전반 15분, 윤빛가람이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고, 한국 대표팀은 4강에 진출하게 됐다.

여현구 인턴기자 yeo.hyu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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