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쓰는 수액 제품에 날벌레·바퀴벌레...식약처 회수 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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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영아에게 투여하던 수액에 벌레가 발견돼 보건당국이 조사하고 있다. [사진 이대목동병원]

이대목동병원 영아에게 투여하던 수액에 벌레가 발견돼 보건당국이 조사하고 있다. [사진 이대목동병원]

서울 양천구 이화의료원 목동병원에 이어 인하대병원에 납품된 수액 제제에서 벌레가 잇따라 발견돼 수액의 안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9일 이대목동병원에서 5개월 된 영아에게 투여하던 수액에서 날벌레가, 인하대병원에서는 바퀴벌레로 의심되는 이물질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5개월 영아에게 투여되던 수액백에 벌레 #이대목동병원 "아이 혈액검사 이상 없어" #필리핀 제조 후 국내서 '품질 검사' 누락 #인하대병원 간호사도 제품 속 벌레 확인 #식약처, 문제된 수액 세트 2개 유통 중지 #다음달 관련 업체 품질 관리 특별점검키로

  이대목동병원은 성원메디컬 제품에서, 인하대병원은 신창메디컬에서 만든 수액 세트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 수액 세트는 링거 줄과 수액 점적통을 말한다. 점적통은 수액이 한 방울씩 서서히 몸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장치다.

  식약처는 문제의 수액 세트 유통과 사용을 중지하도록 권고하는 한편 그런 제품이 발견되면 제조업체로 반품할 것을 요청했다.

수액 제품에서 벌레가 연이어 나오면서 안전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중앙포토]

수액 제품에서 벌레가 연이어 나오면서 안전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성원메디컬은 같은 공정으로 4만개를, 신창메디컬 제품은 7만개를 만들어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수액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게 극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수액 속의 이물질이 혈액 속으로 들어가 감염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성원메디컬 수액 세트 날벌레는 17일 오후 7시35분 요로감염 때문에 사흘째 입원치료를 받던 생후 5개월 된 영아의 부모가 발견했다. 수액 백과 줄 사이의 점적통에 작은 벌레가 한 마리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해 병원 측에 알리고 관할 보건소에 신고했다. 이대목동병원은 18일 식약처에 신고했다.

  아이는 17일 오전 6시에 수액을 맞기 시작해 오후 5시에 새 수액세트로 바꿨고, 두 시간 반 만에 이물질이 발견됐다.

날벌레가 들어있는 게 확인된 수액 세트. 성원메디컬이 필리핀에 위탁제조해서 국내로 들여온 제품이다. [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

날벌레가 들어있는 게 확인된 수액 세트. 성원메디컬이 필리핀에 위탁제조해서 국내로 들여온 제품이다. [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성원메디컬의 수액 세트는 필리핀(Medic-pro corp)에 위탁해서 만들었다. 반제품 형태로 국내에 들여와 성원메디컬이 에틸렌옥사이드 가스(E.O.) 멸균처리한 뒤 유통‧판매했다. 이 회사가 국내 공장에서 멸균처리와 포장을 하면서 완제품 품질검사를 실시하지 않아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희상 식약처 의료기기안전평가과장은 "성원메디컬이 제품에 이물이 없는지, 치수가 맞는지, 표식이 잘 되어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그런 검사를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품질 검사를 제대로 안 하는 바람에 벌레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품질 검사는 육안으로 보면서 허가 받은 대로 제품 길이을 맞췄는지, 제품 표면에 제조자·허가번호 등을 제대로 기재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제조업체가 이런 검사를 직접하게 돼 있다.

  식약처는 필리핀 현지 제조업체를 방문해 제조 공정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대목동병원의 수액 세트 관리에는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대목동병원은 아이의 혈액 속에 균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19일 1차 혈액 배양검사를 했고 여기서 음성으로 나왔다. 22일에 최종 검사 결과가 나온다.

바퀴벌레가 들어있는 게 확인된 수액 세트. 신창메디컬에 제조한 제품으로 약 7만개가 생산됐다. [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

바퀴벌레가 들어있는 게 확인된 수액 세트. 신창메디컬에 제조한 제품으로 약 7만개가 생산됐다. [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약처는 18일 수액 세트에서 이물질을 발견했다는 인하대병원의 신고를 받고 조사한 결과, 바퀴벌레로 보이는 이물질이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이 병원 간호사가 투약을 준비하다 점적통에 벌레 같은 시꺼먼 이물질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 병원은 식약처에 바퀴벌레로 보인다고 신고했다고 한다.

  식약처는 두 회사에 대해 제조업무정지 1~2개월의 행정처분을 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다음달 중 주사기‧수액세트 제조‧수입 업체의 품질관리 실태를 특별 점검할 계획이다.

  김의석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액 백과 수액 세트에 벌레 등 이물질이 들어가면 오염된 수액이 혈액으로 바로 가 심장·뇌로 전달되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며 "수액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병원에서 손 씻기와 사전 확인을 철저히 하고, 이물질을 발견하면 제품 생산 일련번호(로트번호)를 추적해 함께 생산한 제품을 모두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지난해 공개한 '주사제 안전사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수액을 투여하기 전에 수액 백 주사제에 이물질이 있는지, 혼탁하지 않은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액 세트에는 이런 기준이 없다.
  이민영·정종훈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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