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처럼 시민이 경찰 감시하는 통제기구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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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찰을 감시할 시민 통제 기구가 새로 설치된다. 통제기구는 감찰·징계 외에 비위 의혹이 있는 경찰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갖는다. 피의자 체포·구속 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수사기관의 구금기간을 현행 30일에서 20일로 줄이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경찰개혁위원회(개혁위)는 13일 이 같은 내용을 경찰청에 권고했다. 경찰청은 개혁위 권고안을 모두 수용하기로 했다.

개혁위, 인권침해 방지 권고안 제시 #구치소 수감 피의자 출장조사 추진 #일선 경찰 “비효율적 조치” 비판도

시민에 의한 경찰 통제는 영국의 ‘독립경찰민원조사위원회’(IPCC)를 본떠 시민 통제기구를 만든다는 게 골자다. 영국은 2002년 제정된 경찰개혁법에 근거해 2004년부터 IPCC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한국 경찰을 감시할 시민 통제기구도 IPCC처럼 경찰 비리 사건에 한해 독자적인 수사권을 갖도록 하라는 게 개혁위 의견이다. 경찰에 따르면 신설 통제기구의 소속은 국무총리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민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차관급인 조직의 수장은 시민단체 대표 등이 포함된 시민참여기구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체포·구속 기간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피의자가 재판에 넘겨지기 전 수사기관은 최대 30일간 피의자를 구금할 수 있는데 이를 20일 이내로 줄여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라는 게 개혁위의 권고 내용이다. 또 구속영장 발부 즉시 피의자를 유치장이 아닌 구치소에 수감하고 추가 조사가 필요하면 출장 조사를 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같은 권고안에 대한 일선 경찰의 의견은 엇갈린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에서 수사 업무를 하고 있는 경찰관 A씨는 “구치소 출장조사는 이동 시간 등에서 비효율적이다. 중요 사건이 발생하면 시간에 쫓겨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수사구조 개혁이나 피의자 인권 측면에서 긍정적이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찰청은 조직 내 의견이 일부 엇갈리는 구치소 출장조사 등의 권고안도 전면 수용키로 했다. 권고대로 하려면 법 개정과 관계기관 간의 협조 등 선결 과제도 적지 않다. 경찰청은 “11월까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한편 검찰 등과의 협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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