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통제기구가 경찰 비리 수사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월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박경서 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6월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박경서 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경찰을 감시할 민간 통제기구가 새로 설치된다. 통제기구는 감찰·징계 외에 비위 의혹이 있는 경찰에 대한 직접 수사 권한까지 부여받는다. 또 경찰은 체포·구속 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기소 전 수사기관의 구금기간을 현행 30일에서 20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찰개혁위원회 권고 "체포·구속도 까다롭게" #경찰청, 올해 안에 세부안 마련해 추진키로

경찰개혁위원회(개혁위)는 13일 이같은 내용을 경찰청에 권고했다. 경찰권이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경찰청은 개혁위 권고안을 모두 수용해 올해 안에 관계부처 협의 등을 마치고 구체적인 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민 통제기구’가 경찰 비리 전담 조사

시민 통제기구의 모델은 영국의 ‘독립경찰민원조사위원회’(IPCC)다. 영국은 2002년 제정된 경찰개혁법에 근거해 2004년부터 IPCC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직권으로 경찰의 위법행위를 조사한 뒤 검찰총장에게 해당 경찰에 대한 기소를 요구할 수 있다.

개혁위는 IPCC를 본 떠 ‘경찰 인권·감찰 옴부즈맨’ 또는 위원회 형태의 ‘경찰 인권·감찰위원회’ 등의 시민 통제기구를 설치하라고 13일 권고했다. 통제기구는 경찰민원 조사, 경찰관 감찰·징계·고발, 인권정책 권고 등의 권한을 갖는다. 경찰 비리에 한해 직접 수사권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청은 12월까지 구체적인 신설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설 통제기구의 소속은 개혁위 권고에 따라 국무총리실 소속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조사 인원은 최소 100명, 국장·과장급 인력은 개방직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개혁위는 “현재 운영 중인 경찰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 경찰권 행사를 통제할 수 있는 기구들은 그 규모와 권능에 있어 한계가 있다”고 설치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구금기간 30일→20일 단축도 추진 

경찰 등 수사기관의 체포·구속 기간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피의자가 재판에 넘겨지기 전 수사기관은 30일 간 피의자를 구금할 수 있는데 이를 20일 이내로 줄이겠다는 거다.

또 구속의 주체를 수사기관에서 법원으로 변경하고 구속영장 발부 즉시 피의자를 유치장이 아닌 구치소에 수감하라고 개혁위는 권고했다. 권고안이 시행될 경우 구속된 피의자 추가조사가 필요한 경찰은 구치소 출장조사 등을 하게 된다.

경찰도 이같은 권고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만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하고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과의 협의도 필요하다는 게 경찰청 설명이다. 경찰은 11월까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한편 검찰 등과의 협의도 추진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자체 시행할 수 있는 권고안은 최대한 속도를 내 추진키로 했다. 긴급체포에 대한 사전승인을 강화하고, 검찰 송치기간을 7일 이내로 단축하는 방안 등은 10월까지 계획을 수립해 11월부터 시범실시하기로 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권고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조치를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