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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물 폭탄에 배수펌프장 등 관리소홀드러나…감사 착수

중앙일보

입력

 11일 오전  부산에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발생한 대규모 시가지 침수피해는 배수 펌프장의 운영 미숙과 공무원의 늑장대응 등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11일 집중호우가 내린 부산시 부산진구 가야대로 일대 도로의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독자제공

11일 집중호우가 내린 부산시 부산진구 가야대로 일대 도로의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독자제공

이에 부산시 시민안전실과 감사부서는 합동감사를 벌여 운영 미숙 등이 드러나면 관련 공무원을 징계할 방침이다.  또 시설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개·보수 같은 침수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저지대인 연제구 거제지구, 배수펌프장 늑장가동 드러나 #번영로 아래 월륜교차로는 배수펌프 제대로 가동안돼 #부산 시내 하수관 설계기준 낮아 폭우에 속수무책 드러나

12일 부산시에 따르면 11일 오전 폭우로 부산 시내에서 도로침수 등 침수가 발생한 곳은 무려 549곳에 이른다. 또 주택 3채 등 붕괴 61건 등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부산시는 연제구 거제지구의 거제 배수 펌프장, 번영로 아래 월륜 교차로, 가야 굴다리, 거제역 굴다리, 동광동 주택 3채 붕괴 등 5곳의 대응을 감사대상으로 정했다.

집중호우가 내린 11일 부산시 부산진구의 한 도로가 물에 잠겨 차량과 보행자가 위태롭게 서 있다.독자 제공

집중호우가 내린 11일 부산시 부산진구의 한 도로가 물에 잠겨 차량과 보행자가 위태롭게 서 있다.독자 제공

거제 배수 펌프장의 경우 상습 침수구역인 거제지구의 물난리를 막기 위해 사업비 275억원을 들여 지난 1월 준공돼 최대 1분당 3960t의 물을 온천천으로 퍼낼 수 있지만 이번 폭우에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연제구 저지대인 거제지구는 이날 오전 7시쯤 허벅지까지 물이 차오르면서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주민들은 “오전 8시 30분이 돼서야 배수펌프를 가동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난 1일 펌프장이 완공돼 관련 공무원이 늦게 대응하는 등 운영 미숙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연제구청 관계자는 “거제 배수펌프장은 자동시스템으로 운영되지만, 오작동 우려가 있어 수동 작동으로 전환했는데, 이 사실을 모르는 다른 직원이 자동으로 기계가 돌아가는 것으로 착각했다”며 “20분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이를 인지했고, 수문(게이트)이 내려오는데 또 10분 정도 걸리면서 30분 만에 물이 범람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번영로 아래 월륜교차로는 자연 배수가 미흡한 데다 배수펌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침수가 일어났으며, 이날 오후 9시까지 별도의 펌프로 물을 빼내는 소동을 벌였다. 배수펌프의 과부하나 인근 아파트 신축에 따른 배수불량이 원인일 수 있다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아울러 가야 굴다리에서는 교통 통제가 늦어 차량 4대가 침수됐고, 거제역 굴다리에서도 제때 통제를 하지 않아 지나던 차량의 침수 피해가 생겼다. 부산시는 동광동 주택 3채 붕괴는 유일한 주택붕괴여서 원인을 조사하기로 했다.

11일 부산 중구 동광동의 주택 3채가 잇따라 무너져 출동한 119구조대원들이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1일 부산 중구 동광동의 주택 3채가 잇따라 무너져 출동한 119구조대원들이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의 경우 전체 하수관 8513㎞ 가운데 대부분의 하수관이 최대 강우빈도 5년 또는 10년(시간당 66~77mm) 에 맞게 설계돼 있다. 이 가운데 30년 이상된 노후관도 전체의 63.4%인 5444㎞에 이른다. 하지만 도시하수도 방재설계 기준은 2012년부터 10년 또는 30년 강우빈도(78~95mm)에 맞게 하수관(지·간선)의 설치기준이 강화됐다.

부산에서 새 기준이 적용된 곳은 에코델타시티, 일광신도시,동부산관광단지 등 새로 조성된 시가지 뿐이다. 대부분의 시가지가 최대 강우빈도 5년 또는 10년에 맞는 하수관이 묻혀 있어 11일 오전 7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영도 358.5mm, 남구 대연동 272mm, 사하구 신평동 258mm 처럼 많은 비가 내리고 시간당 평균 109mm가 내리면 침수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도 부산시는 올해 우선 정비해야 할 하수관 134.5㎞ 가운데 겨우 6.25㎞(㎞당 8억원 소요)를 교체할 수 있는 50억원의 예산만 확보한 상태다.

호우경보가 발효된 11일 오전 부산 강서구 지사동의 한 도로가 침수돼 차량들이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다. 2017.09.11. [사진 부산소방본부]

호우경보가 발효된 11일 오전 부산 강서구 지사동의 한 도로가 침수돼 차량들이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다. 2017.09.11. [사진 부산소방본부]

배광효 부산시 시민안전실장은 “이번 침수를 계기로 주요 침수지역을 대상으로 감사부서와 함께 공무원의 관리 잘못이 있는지, 시설 자체의 용량 부족 등이 있는지 감사를 벌여 징계 조치와 침수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황선윤·이은지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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